중국 중간재 산업의 경쟁력 상승이 한국 산업의 목을 조여 오고 있다. 중간재 산업은 흔히 부품·소재·장비·SW 등의 분야를 말한다. 공교롭게도 한국의 대중 수출 품목의 대부분이 바로 중간재 제품들이다. 앞으로 중국과 한국이 이 산업을 두고 불꽃 튀는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한다. 중국의 경쟁력 상승만이 한국 산업의 위협요인은 아니다. 열리지 않는 일본시장도 골칫거리다. 중간재 산업의 대일 무역역조는 침체기에 빠진 지 오래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한국은 지금 딱 ‘샌드위치’를 연상케 한다. 과연 한국의 대응전략은 없는 걸까.

“한국기업은 중국 중간재 산업의 경쟁력 상승을 인식하고 확대되는 중국 내수용 중간재 시장을 개척해야 합니다. 중국에 한발 앞선 기술과 제품개발에도 주력해야 합니다.” 복득규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최근 ‘중국 중간재 산업의 경쟁력 및 생태계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렇게 설명했다.
복득규 연구전문위원은 중국 중간재 산업의 덩치가 이미 거대한 크기로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010년 부품 및 소재 수출시장에서 중국은 세계 1위로 급부상했다. 공작기계의 경우 2009년부터 세계 생산 1위를 고수하는 중이다. 수출 뿐만 아니라 중국 내수시장에도 거인들이 버티고 있다. 모바일 SW 시장에서는 로컬업체인 알리바바와 QQ가 독주를 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의 생산공장들이 현지에서 중간재를 수급하는 비중도 해마다 증가 추세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한국기업의 현지 중간재 조달 추이는 2005년 40.7%에서 2010년 62.4%로 확대됐다.
복득규 연구전문위원은 “한국의 수출과 무역흑자의 원천인 중국 수출에서 부품·소재·장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90% 이상”이라며 “중국 중간재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한국의 대중 수출 감소는 물론 한국 중간재 산업의 샌드위치 현상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미 중국발 중간재 제품 쓰나미는 한국산업을 흔들고 있다. 한국의 유망 신산업인 폴리실리콘이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기업의 투자 확대와 제품가격의 하락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폴리실리콘 산업의 구조조정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이밖에도 중국 건설기계업체인 싼이중공업은 표준화된 저가의 중국 부품을 활용해 저가형 소형굴착기 시장을 석권 중이다. 일본 혼다자동차는 아예 중국 공작기계를 대량 사용하면서 투자비용을 50% 이하로 절감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급성장한 중국 중간재 산업이 점차 전 세계 산업의 지형도를 바꾸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한국기업들은 어떤 대응책을 모색해야 할까. 복득규 연구전문위원은 △중국 중산층을 겨냥한 중간재 시장 개척 △첨단 혁신제품 개발을 선도 △선진기업을 유치해 중간재 산업 업그레이드 △중간재 무역장벽을 완화하고 기술유출 방지 강화 등의 대응방안을 제시했다. 새로운 한중 관계를 정립해 대비를 해야한다는 주문이다.
한편 복득규 연구전문위원은 “중국 중간재 산업은 앞으로 우리 수출에 타격을 주고 신사업 초기 단계부터 경쟁을 심화시킨다”며 “정부는 인프라 개선 및 인력양성을 통해 한국 중간재의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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