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격한 IT 발달로 인한 생활 방식의 변화는 아이들의 선물마저 변화시키며 태블릿 PC와 게임기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이로 인해 현재 전통적인 장난감 시장도 위협받는 상황에서 세계 1위의 장난감 회사, 마텔은 영화나 게임 등 新시장으로의 진입하기보다 본업과 주요 핵심 역량인 ‘장난감 만들기와 팔기’에 더욱 매진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한우물을 깊고 넓게 파는 전략으로 바비와 핫윌(미니카) 등 세계적 대표 브랜드를 갖고 있는 마텔은 세계적인 불황의 바람이 날카로웠던 2012년에도 매출 총 이익률을 전년대비 약 5% 상승시키는 쾌거를 이룩했다.
먼저, 마텔은 지속적으로 장난감을 구매하고 사용하는 부모와 소비자들의 행태를 예의주시해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선했다. 창업자인 엘리엇 핸들러는 자신의 딸인 바버라 핸들러가 가지고 놀던 종이인형의 모습에 착안해 소녀들이 꿈꾸는 ‘멋진 여성’을 대표하는 실물 인형을 만들고 자신의 딸 애칭인 ‘바비’라는 이름을 붙였다. 1959년 출시 초기에는 아래를 바라보는 시선의 순종적인 여성상을, 1967년부터는 정면을 응시해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상을 선보였고, 1977년에 이르러서는 치아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는 바비를 등장시켜 사회적 이상향에 따라 인형을 변화시켰다. 최근 육아를 공유하는 아빠가 좋아하는 소년들의 전유물인 레고를 바비 인형에 접목시켜 소녀들을 위한 조립형 바비인형, 즉 바비 레고를 만들어 장난감에 교육적 효과까지 추가했다.
둘째, 마텔은 축소돼 가는 전통적 장난감 시장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핵심 제품의 가격을 오히려 내리고 다양성을 증진하면서 소비자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대신, 제품을 사용하면서 얻는 경험을 증진할 수 있는 소모품 개발에 집중했다. 예를 들어, 바비 인형 자체의 가격은 5~6달러 낮추는 대신 인형 값과 비슷한 수준인 20달러에 달하는 드레스까지 다양한 인형 옷을 판매한다. 또한, ‘아메리칸 걸’은 ‘구매’의 단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소녀들이 인형과 같은 옷을 입고 같은 형태의 머리모양을 하고 전문 판매점에 모여 생일 파티를 하는 등 인형을 ‘사용’하는 과정 전체로 제품을 확대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인형’에서 끝날 수 있는 구매를 팬시용품, 인형 옷, 미용실, 실제 아이 옷, 이벤트, 주방용품, 액세서리까지 다양한 분야로 확대했다. 이러한 추가구매는 수익을 약속할 뿐 아니라, 고객과 마텔사와의 연결고리를 강화해 장기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마지막으로 5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는 마텔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충성고객, 즉 팬들의 신뢰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다. 어린이 고객이 부모가 돼서도 다시 마텔의 장난감을 선택하도록 하는 공고한 신뢰와 충성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2007년 중국 생산 장난감에서 검출된 기준치 이상의 납성분이 문제가 됐을 때, 당시 전체 제품의 65%를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던 마텔은 즉시 한달 동안 3차례에 걸친 리콜을 실시했다. 이로 인해 일시적으로 마텔의 브랜드 이미지가 급격히 추락하고 판매가 급감했음에도 마텔은 리콜을 비용의 문제로 축소해 생각하지 않고 고객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안전을 위한 노력을 보인 결과, 그해 4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
이처럼 소비자의 변화로 시장의 크기가 축소하는 위기 상황에서도 다양한 산업에 문어발식으로 진출하기보다 자신의 핵심역량에 집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까다로워지는 소비자들은 오히려 강력한 브랜드와 좋은 제품을 가진 기업으로 모이기 때문이다.

양수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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