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007시리즈‘는 1962년 ‘살인번호 : Dr. no’ 를 시작으로, 가장 최근에 개봉된 2012년 ‘007 스카이폴’에 이르기까지 50년간 23편의 영화가 제작되었는데요, 이를 통해 약 20억명 이상의 관객, 5조원 이상의 매출을 거두어 들였습니다. 기업이라 하더라도 50년간 유지되기는 쉽지는 않죠. 그렇다면 이렇게 50년간의 흥행신화를 이어갈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50년간 이어져 내려 온 가문의 가보
첫 번째는 ‘경영의 연속성에 기반한 강력한 프로덕션팀’입니다. 007은 이안 플레밍의 원작에 매료된 제작자 ‘알버트 브로콜리’가 1962년 기획힌 시리즈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1977년 알버트 브로콜리의 딸인 바바라 브로콜리, 양아들인 마이클 G 윌슨이 바통을 이어받아 50년간 이어져 내려오고 있죠. ‘제임스본드’는 이들이 지켜야할 일종의 ‘가문의 상징’이자 ‘가문의 영광’과도 같은 것입니다. 이들에게는 일종의 꼭 지켜야 하는 황금률이 있습니다.
‘007’이라는 엄청난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가지고 있으면서, 첫째, 가끔 형편없는 고철알을 낳더라도 거위의 배를 가르지 않으며, 둘째, 거위의 건강과 장수를 위해 무모한 도전도 서슴지 않죠.

영화계를 선도한 수많은 장인들
두 번째 성공비결은, 바로 이런 지속력 있는 프로덕션팀에 의해 이루어지는 ‘퀄러티 콘트롤’, 즉 장인정신입니다. 상업영화였지만만, 007시리즈는 사실 영화계 뿐만 아니라 문화, 기술적으로 전 세계에 엄청난 파급을 몰고 온 선도적 영화였습니다. 그 뒤에는 수많은 장인들이 있었죠. 미술감독인 켄 아담은 3탄 골드핑거의 포트녹스 미군기지 등의 촬영 세트를 상상력만으로 거의 현실과도 같은 놀라운 효과를 낸 것으로 유명합니다. 타이틀 디자인만 봐도 여성의 실루엣과 함께 크레딧이 나오는 007 특유의 스타일을 확립한 모리스 바인더를 비롯해 다이넬 클라인만 등 많은 스태프들이 해당 분야의 권위자가 됐습니다.

007은 트랜스포머?
마지막으로, 끊임없는 ‘변신력’입니다. 007시리즈는 지난 50년간 변화하는 시대상, 기술, 사회, 권력구도 뿐만 아니라 각종 영화 속 장치, 혁신적 첨단 기술 등에서 수많은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쿠바위기를 배경으로 삼은 1편부터, 케네디대통령 암살, 닉슨쇼크, KAL기 폭파 등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적과의 대립구도, 그리고 위트, 섹시, 남성미 등으로 변화했던 제임스 본드, 섹시와 지적코드를 넘나드는 본드걸 등의 변화가 바로 그것입니다. 기술측면에서는 오히려 시대를 선도해 007 시리즈에서 구현된 기술이 첨단기술의 프로토타입이 되기도 했죠. PDA, 휴대전화, 자동차네비게이션 등은 수십년전에 007시리즈에서 이미 구현된 기법이었습니다.
007시리즈는 불황 지속으로 미래 투자보다는 단기 극약처방식의 구조조정과 비용절감으로 불황 이후를 대비하지 못하는 국내 기업들에게 시사 하는 바가 큰 것 같습니다.
작은 실패가 있더라도 거위의 배를 가르는 오류를 범하지 않는 거시적 관점은 엔터테인먼트뿐만 아니라 기업 경영자가 명심해야 할 중요한 덕목이 아닐까요?

정태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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