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은 경제민주화와 경제성장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의 해인 작년에 한참 뜨겁게 달아올랐던 화두가 경제민주화이다. 당시에 경제성장은 아무도 드러내 놓고 이야기하지 않았다.
여와 야를 막론하고 얼마나 선명하고 확실하게 경제민주화를 이행할 것이냐가 논의의 초점이었다. 누가 당선되더라도 신정부에서는 경제성장보다 경제민주화가 더 강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MB정부 초기에 추진됐던 ‘747’이 좌초되면서 경제성장은 거의 금기시된 용어로 묻혀 버렸다.
그런데 신정부가 출범하면서 경제민주화는 더 이상 거론되지 않고 있다. 대신에 경제성장에 방점을 찍은 듯한 인상을 강하게 주고 있다. 경제부처의 구성과 임명된 장관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성장론자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민주화는 중소기업, 경제성장은 대기업 중심의 경제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선거과정에서 대선후보 뿐 아니라 정치인, 언론, 학자들까지 나서서 경제민주화와 경제성장이 대립되는 것처럼 주장했다. 과연 경제민주화와 경제성장은 양립될 수 없는 것인가.

경제민주화·경제성장 조화가 중요
우리 경제가 과거에 급성장하던 시절에 정부는 대기업에게 많은 지원과 혜택을 제공했다. 경제구조가 대기업 중심으로 편성되면서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예속된 처지로 전락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2000년대에 전세계적으로 글로벌 경쟁이 가열되면서 대기업은 기록적인 이익을 올리는 반면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고전하는 양극화가 심화됐다.
이런 배경에서 경제성장은 대기업의 경제력을 강화하고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이 불이익을 당하는 정책이라는 결론이 도출됐고 경제성장의 대안책으로 경제민주화가 대두됐다.
경제민주화와 경제성장은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것을 포기하는 상충적 정책이 아니다. 경제민주화는 경제구조를 민주화하자는 것이고, 그 틀 위에서 경제성장이 실행되는 것으로 보는 견해가 옳다.
경제민주화는 그 자체가 궁극적인 목표가 될 수 없다. 경제민주화 담론의 허점은 그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빠져있다는 것이다. 경제적 불균형이 해소돼 경제민주화가 실현되면 결국 경제를 성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창조적 경제정책 중심‘중소기업’
이런 점에서 신정부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경제성장의 양축을 형성해 나가는 ‘쌍끌이 경제’를 표방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균형 관계가 얼마나 개선돼 우리 경제구조가 어느 정도 균형화됐는가에 대한 점검이 생략됐다는 것이 아쉽다. 또한 중소기업의 성장을 통해 어떻게 구체적으로 경제성장을 달성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론이 불투명하다는 것도 걱정된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혁신산업의 창조도 물론 중요하다. 미래의 성장동력을 위해 새로운 씨앗을 뿌리는 일은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자칫 미래창조산업만 강조되는 가운데 전통 굴뚝산업은 소외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전통적인 산업에 종사하는 대다수 중소기업이 성장하지 않고서는 결코 경제성장이 달성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중소기업을 활성화시키고 성장시키는 것이 경제민주화와 경제성장 두 가지를 동시에 성취하는 지름길이다. 중소기업 대통령이 이끄는 신정부가 창조적 경제정책을 통해 우리 경제의 저변을 형성하는 중소기업을 성장시키고 온 국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경제성장을 추구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임채운
중소기업학회 회장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