쫑코 주려고 밥 사십니까?

M 사장 회사의 사원들은 한 달에 서너명씩 빠져나간다. 약2년전부터 일어난 현상인데 최근 10여명이 한꺼번에 사직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뿐만 아니라 간부 사원들까지 회사를 떠나는 이변이 시작됐다.
물론 어느 회사든지 사원들은 들어오기도 하고 나가기도 한다. 어느 회사든 떠나는 사람과 들어오는 사람이 없는 달은 없다. 그런데 M사장 회사의 경우는 떠나는 사람들의 떠나는 이유가 참으로 안타깝다.
그 회사 사원들은 사장이 밥을 먹자고 하면 기겁을 한다.
다른 회사의 경우는 사장이 밥을 산다 하면, 커뮤니케이션의 기회다 싶어 발언할 것을 정리하는 등 조직이 아연 활기를 띤다. 그런데 M사장 회사는 사장이 밥을 사고 나면 몇 사람이 사표를 내는 것이다.
알고 보니 M사장은 사원들에게 밥 사는 자리를 쫑코파티로 안다는 것이다. 즉 쫑코를 주기 위해 밥을 사는 것인데, 쫑코 먹고 밥 먹으면 밥맛도 ‘국제밥맛’이니 참석 안하는 것이 낫다는 심정이었다.
그리고 참석했다 하면 쫑코의 타킷이 된 사원들은 의례 사표를 쓰게 되는 것이다.

월남국수 사주고 토하게 만들고

M사장은 억울하다고 했다. 자기는 할만큼 하는데도 사원들이 자기 심정을 너무 알아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며칠 후 나는 그 회사 과장급 이상 중견 간부 서너명을 만났다. 도대체 왜 사장이 밥 사는 자리가 쫑코파티가 되는지, 왜 그 자리에 참석해 사장이 사주는 밥을 먹은 사람 가운데 사표내는 사람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M사장은 밥을 먹기 시작해서 약 30분 동안은 분위기가 잠잠하고, 화기애애까지는 아니더라도, 밥맛 떨어질 정도는 아니라는 것. 그러나 소주잔이 한두잔 돌고 나면 그때부터 M사장의 쫑코파티 무대가 열리는 것이다.
일식당이건 중국식당이건 심지어 월남국수집에서 1만원도 안되는 국수 한 그릇 먹여놓고 M사장이 베푸는 쫑코는 그야말로 국제급이라는 것이다. 그 날 쫑코의 대상이 된 사원들은 대개 밥을 못 먹거나 토하거나, 좌우간 소화기 계통의 이상을 체험한다는 것이다.

쫑코보다는 칭찬의 명수 돼야

10명이건 20명이건 사장이 사주는 밥을 먹는 사원들은 조마조마하다는 것이다. 식사가 시작되고 30분 쯤 지나면 드디어 M사장의 특기가 발휘되고 사원들은 하나둘씩 먹는 것을 포기하고 수저를 놓는다. 여사원 가운데는 참을성이 없어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리는 수도 있다.
M사장에게 필자가 보낸 충고는 밥도 사지 말고 쫑코도 놓지 말라는 것이었다.
밥은 사원들과 친해지려고 먹는 것이다. 그런데 M사장은 사원들의 실수, 또는 평소의 태도 등을 꼬집어대는데 구체적으로 꼬집을 이유가 없을 때는 추상적으로 전체를 매도한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여기서 M 사장의 자제할 줄 모르는 성격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지루하다 싶게 긴 쫑코보다는 들릴까 말까한 목소리로 간결하게 날리는 쫑코가 더 효과적임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M사장에게 사장의 직업은 잔소리대감도 쫑코대장도 아님을 듣기 싫도록 강조했다. 필자가 모든 CEO에게 이 컬럼을 통해서 권한 바 있는 ‘칭찬의 말씀 50개 만들기’도 강조했다.
사장에게 쫑코 먹고 회사를 떠나는 사원들의 기분을 CEO는 알아줘야 한다. 특히 사원이 100명 미만인 중소기업이라면 더욱 그렇다. 쫑코를 주고 싶을 때는 때와 장소를 구별해야 한다. 특히 공개쫑코는 ‘나가달라’는 선언으로 들린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ommukim@dreamwiz.com
코리아 드림미디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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