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최근 어느‘우수중소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했다. 각 분야에서 내로라 하는 기술경쟁력있는 중소기업 대표 10여명이 그 모임에 왔다. 회의가 끝나자 행사는 자연스럽게 오찬으로 이어졌다.
과연 음식은 ‘회의’의 딱딱함을 없애는데 일등공신이었다. 말을 아끼던 중소기업인들도 그 자리에서는 마음속 깊이 묻어둔 얘기를 쏟아냈다.
“정부가 최근 기술경쟁력 있는 중소기업만 살리고 한계기업은 도태시키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틀었다고 한다. 맞는 얘기다. 그러나 최소한 공정한 룰은 필요한 것 아닌가? 법이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는 것은 하나도 없고 수많은 규제만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 이런 상황에 어떻게 경쟁력 있기를 바라나?”
“정부와 유관기관들이 수많은 인증제도를 만들었지만 그게 무슨 소용인가? 인증이 실제 매출에 얼마나 기여하나? 결국 인증 따느라 비용과 제품단가만 올라갔을 뿐이다.”
“요즘 스리랑카 국적을 취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스리랑카에서는 200불만 주면 국적취득이 가능하단다. 스리랑카 국적으로 미국 비자를 발급받고 미국에 잠시 체류했다가 다시 한국에 오면 그 사람의 신뢰도가 올라가서 각종 사업을 유리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데 참으로 서글픈 현실이다.”
이처럼 속마음을 토해내던 참석자들은 마지막 결론으로 ‘한국이 살려면 제2의 IMF가 와야 한다’는 쪽으로 내렸다.
국가가 국민소득 9천불의 덫에 걸려 허우적대고 있는데 사람들은 일하기 싫어하고 모두 자신의 몫 챙기기에 바쁘니 오히려 ‘제2의 IMF’가 오면 모두 현실을 바로 직시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이들의 모임은 이렇게 끝이 났다. 그러나 기자는 알 수 없는 답답함이 밀려왔다.
참여정부 들어 노무현 정권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많은 정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정작 기자는 그동안‘기업하기 좋아졌다’고 말하는 중소기업인을 만나 본 일이 없다. 심지어 정부가 중점 육성하겠다고 하는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인’들조차도 말이다.
정부가 지금까지 쏟은 노력은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탁상공론(卓上空論)’식으로 정책을 입안해선 곤란하다고 본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만들기 정책은 바로 ‘기업의 현장’에서 찾아야 하는 것 아닐까?

양옥석기자
yangok@kfsb.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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