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들어 한낮 기온이 15도를 오르내리면서 마음은 봄을 재촉하고 있지만 꽃은 좀 더 기다려야 할 듯하다. 기상청은 오는 23일 부산을 시작으로 내륙지방은 이달 말께 진달래가 필 것으로 예상했다. 벚꽃 역시 예년보다 다소 늦은 4월 초쯤 개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서울시내 갤러리엔 벌써 봄꽃들이 만개해 향긋한 내음을 뿜고 있다. 길고 모진 추위를 견뎌내고 비로소 꽃망울을 터뜨린 매화, 꽃향에 매료돼 날아온 나비, 화려하고 귀여운 꽃 등등 눈이 즐거워지는 꽃 작품전이 잇따른다.

매화·새·풀벌레…선인의 작품에 감동하다

성큼 다가온 봄을 화선지 위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회가 마련됐다.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미술관은 이달 20일까지 ‘매화(梅花), 피어 천하가 봄이로다’를 연다.
봄의 상징이자 군자의 꽃인 매화를 주제로 한 16~20세기 초 작품 90여 점을 선보인다. 5만원권에 실린 ‘월매도’의 화가 설곡 어몽룡이 그린 또 다른 매화 작품을 비롯해 내고 박생광, 단원 김홍도 등 조선 후기 유명 문사들의 매화 그림 및 매화 시가 첩, 병풍, 부채 등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자리다.
김윤희 포스코미술관 큐레이터는 “현재 전시 중인 모든 작품은 개인 소장품으로 일반 갤러리나 박물관에서 한꺼번에 관람하긴 쉽지 않다”며 “군자의 꽃, 매화를 주제로 여는 이번 전시를 통해 선인들의 절개와 지조어린 삶의 지혜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포스코미술관은 미술관 앞 정원에 백매와 홍매나무를 심어 전시기간 내내 매화의 개화를 직접 볼 수 있도록 했다.
종로구 견지동 동산방화랑에선 이달 31일까지 ‘조선 후기 화조화전-꽃과 새, 풀벌레, 물고기가 사는 세상’이 열린다.
화조화는 꽃, 새, 풀, 물고기, 나무, 벌레 등 자연을 그린 그림으로, 이번 전시회에는 17세기 후반의 창강 조속부터 20세기 초 운미 민영익까지 23명의 화가가 그린 8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겸재 정선의 ‘백로 화첩’, 단원 김홍도의 10폭 ‘단원 화첩’도 감상할 수 있다.
미술사학자들은 “한국 회화사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는 정선 등의 화첩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매우 귀중한 자료”라며 “그림 속의 모란은 부귀, 석류는 다산, 매미는 청빈한 선비, 나비는 장수 등 그 상징을 알고 감상하면 느낌이 더욱 크게 다가올 것”이라고 조언한다.

봄꽃들의 향연… 가족의 소중함까지 일깨우다

화려하고 풍성한 ‘꽃 그림’은 새봄 쇼윈도 사이에서도 잘 어울린다.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명품관 에비뉴엘에선 4월 30일까지 퓨전 동양화가 홍지윤의 개인전 ‘너에게 꽃을 꽂아줄게, 인생은’이 열린다.
에비뉴엘 1층에 설치된 신작 대형 사이즈의 두 폭 병풍, 그리고 지층과 2~4층에 전시된 회화작품 20여 점 속 꽃들은 이미 흐드러지게 펴 봄을 끌어당기고 있다.
밝고 화사한 꽃 속에 글씨도 생기 있게 피어났다. 작가는 퓨전 동양화의 1세대. 화선지에 수묵채색으로 그리는 전통기법을 탈피, 캔버스 위에 아크릴, 형광물감을 사용해 서양화 느낌이 나는 동양화를 그려낸다.
관람객은 터질 듯한 색감의 작품들을 보는 순간 봄의 향연으로 빠져들 것이다.
강남구 청담동 오페라갤러리 서울에선 오는 28일부터 한 달간 봄을 만끽할 수 있는 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20세기 파리로 모여든 샤갈·피카소·달리·뷔페·르네 마그리트 등 봄의 생명력을 담은 회화와 조각 60여 점이 선보인다.
특히 마르크 샤갈의 꽃 시리즈가 눈에 띈다. 그는 1920년대 초부터 오랫동안 꽃을 주제로 작품활동을 해왔다.
전시장에서는 피카소의 작품 ‘켄타우로스와 바쿠스 신의 여제관과 파우누스’, ‘파우누스의 얼굴’을 비롯해 살바도르 달리의 ‘서랍이 달린 밀로의 비너스’, 르네 마그리트의 마법 같은 조각 ‘동제 수갑’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서초구 서초동 서정욱갤러리는 새봄을 맞아 꽃으로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전시회를 열고 있다.
노충현 작가의 개인전 ‘플라워 아워 오브 홈(Flowering our of home)’.
작가 노충현은 화목한 가정과 그 집을 양분으로 삼아 피어나는 작은 꽃을 다양한 재료로 표현했다. 따뜻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들은 작업 과정도 남다르다. 캔버스에 대리석 질감을 내기 위해 혼합재료로 밑바탕을 처리하고 그림이 완성된 후 밀랍 처리로 마무리하는 등 복잡한 공정을 거친다.
따라서 관람객은 작가의 정성스러운 작업공정을 감상하는 즐거움과 더불어 다른 작품과의 차별성을 한눈에 느낄 수 있다. 소중한 가정의 의미를 담은 회화 작품 15점을 만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오는 17일까지 이어진다.

- 노경아 jsjys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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