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기가 지속되다보니 최근 지하경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하경제를 축소해 세원을 늘리는 것이 긴축을 지속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재정확보 수단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재정위기를 겪는 유럽 국가들에게는 더욱 절실한 문제이다. 이에 유럽 지하경제 현황과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각국의 대응을 살펴보고자 한다.
지하경제는 법에 어긋나는 행위 뿐 아니라 정부의 공식 통계에 나타나지 않는 모든 경제활동을 광범위하게 아우르는 개념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DYNIMIC 모형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유럽에서 지하경제 비중이 높은 지역은 동유럽(24.6%), 남유럽(22.5%), 북유럽(13.7%), 서유럽(11.1%) 순으로 나타났다.
동유럽의 경우 사회주의 요소가 아직 남아있어서, 남유럽은 각 지방의 개성이 강하고 중앙정부의 권력이 약해서 지하경제 비중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흥미롭게도 유럽 27개국 중 지하경제 비중이 가장 높은 5개국은 모두 동유럽 지역에 속해있는 반면, 가장 낮은 5개국은 모두 서유럽 지역에 속해 있었다. 산업별 지하경제 비중은 건설업(33%), 도소매업(21%), 숙박외식업(20%), 교통통신업(15%) 순으로 조사됐다.
건설업의 지하경제 비중이 높은 이유는 협력업체와의 계약을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고, 나머지 산업의 지하경제 비중이 높은 이유는 중소형 현금 거래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재정위기를 겪는 남유럽 국가들은 최근 지하경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시작했다. 그리스의 경우 사업장에서 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으면 소비자는 이용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강력한 규정을 마련했다.
이탈리아는 납세자의 지출이 신고소득의 20%를 넘을 경우 국세청은 세부내역서를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또한 스페인은 지방정부와 업무 연계를 강화해 세금 징수과정을 투명화하려는 노력 중이다.
EU 및 주요 회원국들은 절세를 통해 막대한 이득을 남기는 다국적기업에 대한 조사에 도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스타벅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많은 미국계 다국적기업들이 EU의 조세윤리 강화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일례로 그동안 다국적기업들은 수입액을 조세피난처로 보냄으로써 절세를 해왔는데EU는 사모아, 바하마, 모로코 등 조세피난처로 사용되는 지역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남용금지 규정을 적용할 계획이다.
지하경제 축소와 조세 윤리 강화가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에서도 국제적인 트렌드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바, 이 과정에서 한국기업들도 관련 피해가 없도록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

이종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