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헬스케어 전문가들은 고령화에 따른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차이의 확대, 의료비 급증에 따른 예방·일상관리 필요성의 증대, 유전공학기술 발전 등으로 건강수명 확대를 위한 맞춤형 헬스케어 니즈가 확대되는 새로운 헬스케어 시대가 올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이 와중에 소비자의 건강관련 니즈가 다양화되면서 전자, 건설, 자동차, 관광 등 이종 사업자의 의료사업 참여가 확대되고 있다.

의료시장 공략에 나선 日 전자회사

특히 과거 전자산업의 왕국이었던 일본의 전자회사들이 헬스케어 분야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소니, 파나소닉, 올림푸스 등 쟁쟁한 기업들의 경우, 기존의 전통적인 디지털 가전을 이을 유망주 산업군으로 헬스케어영역을 매력적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도 꾸준한 수요확대가 예상되는데 이는 전 세계적으로 인구 고령화에 사회보장비 증가라는 공통적인 숙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IT 통신 분야의 기업들이 헬스케어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게 된 가장 큰 동인은 기존에 의료기기분야가 하드웨어적인 경쟁에서 진단정보 등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융합기술로 그 경쟁구도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한편, 전자회사뿐만 아니라 상사와 화학소재기업들도 헬스케어 이업종 융합의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쓰이물산은 병원운영과 의약품사업에, 미쯔비시 상사는 의약품제조나 피부암 진단장치 개발 등을 통해 헬스케어 영역에 진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의 사업의 노하우를 헬스케어 영역으로 전환시켜 진출하는 경우도 있는데, 후지필름홀딩스의 경우 디지털카메라의 등장으로 주 수익원인 은염필름 시장이 급격히 축소되면서 예방진단치료 영역을 아우르는 종합 헬스케어 기업으로 변신했다. 심지어 자동차 회사들까지 헬스케어시장에 진출하고 있는데, 도요타 자동차와 닛산 자동차는 노인층을 겨냥한 자립보행 어시스트 로봇 등의 개발을 통해 자신의 자동차 기술을 헬스케어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는 중이다.

부진한 헬스케어 이업종 결합

그런데, 과거 일본 기업들이 세계 산업계에서 두각을 드러냈던 것만큼의 다양한 일본기업들의 헬스케어 시장에서의 선전은 아직 난관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우선 가장 큰 어려움은 기존 글로벌 헬스케어 플레이어와의 수준 차이 이다. 예를 들어 의료기기, 의약품 메이커 세계 순위 1위인 미국의 존슨 앤 존슨이 25억달러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는 반면, 일본기업 중 1위인 테루모사는 5억달러에 그치는 등 그 규모의 차이가 생각보다 꽤 차이가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아직 일본 이업종 기업의 헬스케어분야 진출에 있어서 큰 로드맵이 부재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예를 들어 IT기업이 자신들의 강점인 요소기술 위주로 생각하고, 의료현장의 니즈를 생생하게 반영하지 못하는 부분에서 경쟁력이 도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개발에서 승인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 시장의 변화에 즉각적인 반응을 하기 어렵다는 점도 그 원인으로 생각되고 있다.
지금까지 다양한 일본 기업들의 헬스케어영역의 진출현황과 어려움 등에 대해서 살펴보았는데, 사실 우리 기업들에게 주는 시사점도 많다. 의료현장의 다양한 니즈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자신이 가진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고, 기술을 개발하며, 정책적 서포트가 같이 이뤄진다면 우리나라도 헬스케어시장의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승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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