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투자위축으로 인해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설비투자는 주로 생산 활동에 사용되는 기계류와 운송 장비를 구입하는 투자행위로, 생산력을 향상시키고 동시에 기계의 발주 등을 통해 수요를 창출하는 효과가 있어 경제동향에 큰 영향력을 가진다. 최근 설비투자의 위축 현상과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한 설비투자의 특징을 살펴보고, 설비투자 활성화를 위한 과제를 점검해보도록 하겠다.
설비투자는 1970년대 이후 1990년대 중반까지 연평균 10% 이상의 빠른 증가세를 보이며 경제 성장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설비투자 증가율이 5%대로 둔화됐고,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설비투자 증가율은 다시 큰 폭으로 하락했다. 특히 최근 2년간은 연평균 0.9%의 낮은 증가율을 보였는데, 2012년에는 전년 대비 1.8% 감소를 기록했다. 설비투자와 관련된 각종 선행지표들도 많이 둔화된 상태라 향후 설비투자의 빠른 회복도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처럼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설비투자의 움직임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먼저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 시 설비투자 증가율은 0.44%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실질실효환율(물가와 교역비중을 고려해 실질구매력을 반영한 환율)이 1% 하락 시 설비투자가 0.26%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환율이 하락하면 두 가지 상반된 효과가 발생한다. 수입자본재의 수입가격이 하락해서 설비투자를 확대시키거나, 반대로 국산품의 외화표시가격이 상승해 수출이 감소하고, 이에 따라 설비투자를 감소시키기도 한다. 분석결과에 따르면 환율하락에 따른 설비투자 감소효과가 더 우세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자본재의 상대가격이 1% 상승하면 설비투자는 0.94%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전반적인 물가 수준에 비해 설비투자에 이용되는 자본재의 상대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해 자본재 구입부담이 커지면 설비투자가 감소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주가가 1% 상승하면 설비투자가 0.29%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는데, 이는 기업의 자금사정, 성장성 등 실물요인과 금융요인을 종합 반영하는 주가가 상승할 경우 설비투자도 증가한다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다음으로 최근 설비투자 위축 현상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글로벌 위기 이후 경제의 대내외 불확실성이 증대돼 투자활동의 단기화(短期化) 현상이 심화됐다는 것이다. 금융위기 이전에 비해 제조업의 업황 전망과 실적이 각각 악화됐고, 환율의 변동성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금융 위기 전에는 기업들이 경기전망에 대한 확신을 토대로 선행적으로 투자하거나, 또는 경기회복 후에도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믿고 투자했으나 위기 이후에는 설비투자의 경기에 대한 선행성과 후행성이 거의 사라지고 동행성만이 강화됐다. 이는 불확실성의 증대로 기업들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기보다는 경기 흐름에 맞추어 당장의 단기적인 수요에만 맞추어 투자하게 됐다는 의미이다.
설비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단기적으로는 대내외 불확실성을 완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기업이 중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투자할 수 있도록 과도한 환율변동성과 투기적 외국자본의 영향력을 축소할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또한 침체된 내수경기 부양을 위해 경기활성화 방안 등을 마련해야겠다. 중장기적으로는 생산 입지로서 한국의 투자매력도 향상을 지향해야 한다. 해외에 진출한 기업의 국내이전을 유도하고 투자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확대를 위해 한국의 투자매력도를 제고해야 한다. 또한 환율 하락은 설비투자의 장기 둔화를 초래하는 것으로 분석된 만큼 급격한 원화 강세를 진정시키기 위한 노력이 불가피해 보인다.

김동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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