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 지멘스, 그리고 슈나이더 일렉트릭 이들 세 기업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바로 에너지 장비 및 관리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은 선도하는 기업이자, 1800년대에 설립, 100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장수기업이라는 점이다.
특히 1836년에 설립된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1892년의 GE나 1847년의 지멘스보다 훨씬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매출규모는 GE의 5분의 1에 불과하지만, 1월에 열린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GE(51위)와 지멘스(31위)를 제치고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100대 기업’ 13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100대 기업’은 전 세계 35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안정성, 혁신역량, 고용유지 등 총 11개 항목의 성과를 평가해 선정하는데,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에너지 관리 솔루션 역량, 비즈니스 역량,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의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슈나이더 일렉트릭이 어떻게 GE나 지멘스를 제치고 지속가능경영 분야에서 더 높은 순위를 차지할 수 있었을까?
첫 번째는 시장 환경에 맞춰 사업구조를 적절히 변화시키는 변신력이다.
1836년 유진 슈나이더와 아돌프 슈나이더 형제에 의해 설립된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산업장비, 제강 등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산업혁명에 발맞춰 중장비, 철도, 조선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1890년 이후에는 전력시장에, 19세기 초 전 세계가 전쟁으로 혼란하던 시기에는 군수사업에도 참여했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사업영역을 넓혀가던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세계대전 후 군비, 중공업, 철강 등의 사업 분야에서 과감히 철수하고 대신 전력관리나 자동화 및 제어 등의 분야에 집중한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현재 고유가, 기후변화 등 사업 환경 변화와 관련해 발전플랜트, 전력인프라, 빌딩, 데이터 센터, 공장 등의 에너지 효율화와 자동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시의적절한 사업 변신을 통해 지난 10년간 연평균 9%라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
두 번째 비결은 적극적인 글로벌화와 신흥시장 공략에 있다.
프랑스에서 시작한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1870년 이후 유럽으로 사업을 확대하면서 글로벌화를 적극 추진했다. 1970년대 이후에는 세계 전역으로 사업을 확대하여 최근엔 100개가 넘는 국가에 거점을 구축하고 있으며, 중국, 인도, 브라질 등 고성장 신흥시장에도 사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에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지역별 매출구조는 서유럽 30%, 아시아 태평양 27%, 북미 25% 그리고 나머지 지역에서 18% 등으로 매우 균형 잡혀 있다.
마지막으로, 기기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을 통합해서 제공하는 토탈 솔루션의 비즈니스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제품에 있어서도 높은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지만 단순히 물건을 파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기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한 시스템, 기기와 서비스를 결합한 솔루션 등을 제공하는 것으로 명성이 높다.
국내 기업 중 100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곳은 4개사에 불과하고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100대 기업에도 단 한곳만이 선정된 실정이다.
하지만, 우리 기업이 여러 역경을 이겨낸 뚝심과 경험을 바탕으로 변신력과 솔루션 역량을 갖추고 글로벌화에 집중해 나간다면, 앞으로 수많은 100년 기업, 200년 기업도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조용권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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