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밑 가시’를 뽑아라. 박근혜 대통령이 한마디 하자 정부 부처와 관련기관들이 다투어 ‘손톱 밑 가시’를 뽑겠다고 나서고 있다. 손톱 밑 가시는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이 현장에서 겪는 실질적인 애로사항의 종합세트다.
중소기업을 옥죄는 가시는 장기어음 결제·납품단가 인하·비용전가·기술과 인력 탈취·일감 몰아주기 등 헤아릴 수없이 많다. 오래 전부터 박혀온 가시인데 그동안 왜 뽑지 못했을까. 어쨌든 가시를 뽑겠다고 했으면 제대로 뽑아내야한다.
설익은 정책은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새로운 가시가 된다. 서울시가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이 팔 수 없거나 수량을 줄여 팔도록 권고할 수 있는 품목 51종을 선정해 발표한 것이 그러한 예다.
동네 슈퍼마켓과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대형마트에 물품을 납품하는 중소업체와 농어민들이 입을 피해와 소비자의 선택권 제한은 어쩌라고. 재래시장과 영세상인을 살리겠다는 걸 누가 마다하겠는가.
방법이 잘못된 것이다. 재래시장과 영세상인을 보호하려면 대형마트와 당당히 경쟁할 수 있도록 이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을 도와야한다.

경쟁력 강화가 우선돼야
가시만 제거하면 중소기업이 활력을 찾을 것인가. 가시 뽑기는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전제조건이자 외적 환경에 불과하다.
가시 뽑기는 작은 고개 하나 넘기다. 더 가파른 고개를 넘기 위해 중소기업 스스로 원가절감,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개발, 품질개선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야한다. 공부방을 만들어주고 좋은 책걸상을 마련해주었다고 해서 성적이 저절로 향상되는 것은 아니듯 가시제거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니다.
다시 기업가 정신과 벤처창업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청년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가르치지 않고서는 미래를 열어갈 수 없다. 이스라엘은 기업가 정신을 북돋아 혁신적 벤처창업 등으로 기적을 이루고 있다. 청년 기업가가 넘치는 이스라엘과 청년들이 대기업에 들어가겠다고 줄서있는 한국을 비교해보라.
저성장과 청년실업 문제를 풀고 미래에 희망을 거는 열쇠와 한국 경제의 활로는 벤처에 있다. 과거 한 때 일었던 벤처붐은 거품처럼 꺼졌다. 잘못된 정책 탓이었다. 이제는 제대로 된 벤처생태계 조성을 서둘러야한다.

中企 지원정책 재정비 시급
성공에만 초점을 맞출 일은 아니다. 실패도 자산이라고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많은 청년들이 벤처창업에 뛰어들게 해야 한다.
중소기업정책을 정비하는 일도 서둘러야한다. 정책의 수요자인 중소기업인이 중소기업정책을 제대로 모른다는 건 무엇을 말함인가.
중소기업의 업종과 규모에 따라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등 중소기업 지원기관은 중복돼있다. 지원 분야도 인력·창업·기술개발·설비투자·시장개척·디자인 등으로 세분화돼 있다. 유사하거나 중복된 사업이 많을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정책을 정비해야할 까닭이다.
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할 약자로 여기는 정책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중소기업을 살리는 길은 끊임없는 구조조정에 있다. 정치권은 자생력과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는 기업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일도 삼가야한다. 가시제거만으로 중소기업이 활력을 찾을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참으로 순진한 것이다. 중소기업이 더 빨리 더 멀리 뛰어야 살아남는다.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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