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다양한 불황형 소비패턴이 나타나는 가운데, 세일만을 기다렸다가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를 하는 바겐헌터족(Bargain + Hunter)이 신소비족으로 부상하고 있다.
연초 주요 백화점에서 실시한 명품 할인대전에서 각 백화점들은 경기침체로 지난해 팔지 못한 해외 고가브랜드를 850억원 규모로 내놨다. 할인행사장에는 해외명품을 싸게 사려는 소비자들로 북적거렸고, 각 백화점들은 역대 최고 매출을 올렸다. 기업 입장에서는 재고관리나 단기매출 측면에서 세일을 통해 바겐헌터들을 적극적으로 공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바겐헌터들의 소비패턴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바겐헌터들은 세일 특성상 당장 사용이 가능한 상품보다는 내년도 사용을 염두한다. 트렌드와 무관한 스테디셀러나 생활용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하는 것이다. 패션의 예를 든다면, 올해 반짝 유행했던 디자인보다는 꾸준하게 입을 수 있는 베이직 디자인의 인기가 훨씬 높다.
또 이들은 각종 쇼핑커뮤니티를 통해 막강한 정보력을 가지고 있다. 커뮤니티를 통해 국내외 백화점과 브랜드의 세일정보는 물론 구매한 상품들의 후기를 신속히 공유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바겐헌터들을 과녁으로 공략할 수 있을까? 몇가지 마케팅 팁을 살펴보겠다.
그 첫 번째 팁은 바로 세일을 이득이 아닌 손실 상황으로 인식시키는 것이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美 프린스턴대 대니얼 카너만 교수에 의하면 소비자들은 동일한 크기의 가치라도 이득으로 얻는 기쁨보다는 손실로 입는 고통을 상대적으로 더 크게 느끼며 고통을 피하고자 하는 손실회피 성향을 갖는다고 한다.
따라서 소비자들에게 세일기간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해 얻게 되는 이득 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하지 못한 손실을 상기시켜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는 “놓치지 마세요”, “서두르세요” 등의 메시지를 통해서도 가능하다.
두 번째 팁은 바로 희소성 메시지를 활용하는 것이다. 희소성 메시지는 상품에 ‘희소가치’를 부여해 소비자들의 구매동기를 압박하는 것이다. 통상 ‘100개 한정’ 등 판매수량을 제한하는 수량한정 메시지와 주말, 크리스마스 등 판매기간을 제한하는 시간한정 메시지로 나눌 수 있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심리적 압박 수준이 비슷하다면 정해진 기간 내에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시간한정 메시지보다는 타인과의 경쟁의미를 내포한 수량한정 메시지가 보다 효과적이다.
세일은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에 침투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수단으로 재고관리, 매출·시장점유율 향상에 효과적이다. 그러나 너무 빈번한 세일은 중장기적으로 정상가격판매율을 떨어뜨려 재무구조는 물론, 브랜드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바겐헌터를 공략하기 위한 세련된 세일전략이 필요한 때이다.

이준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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