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정부가 출범했다. 다섯 개 국정목표를 제시했다. 첫 번째가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다. 구체적 전략에서 중소기업의 창조경제 주역화를 제시했다. 중소기업의 기대가 큰 이유다.
창조경제는 1세기 전에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에서부터 시작됐다. 창조적 파괴가 시장 활성화를 유도하는 것이다. 새로운 것이 늘 등장하면서 옛것이 물러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창조적 파괴는 창조보다는 혁신 쪽에 가깝다.
2000년대 초반 경제의 중심이 산업에서 지식기반으로 전환됐다. 유형의 물건보다는 서비스나 추상적인 무형의 물건이 시장을 지배했다. 인터넷 비즈니스가 그러하다. 창조적 파괴가 혁신을 넘어 창조로 발전한 것이다.
창조경제는 한 단계 더 나아간다. 2003년 리처드 플로리다는 창조계급(Creative Class)을 역설했다. 문화적 다양성을 가진 창조계급이 경제발전을 주도한다는 것이다. 그는 창조계급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주로 하이테크산업과 기술집약적 산업에 종사하는 직업들이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곧 한계에 부딪혔다. 문화적 다양성이 경제성장을 견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많은 경제학자가 실증분석을 통해 이를 증명했다.

IT·벤처 통한 창업촉진 필요

그럼에도 플로리다의 창조계급이 가지는 가치는 따로 있다. 창조계급은 단순한 교육보다는 다양한 학습과 경험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1964년 교육과 훈련을 주장한 슐츠와 베커의 인간자본론보다 진일보한 개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1998년에 등장했던 앤드루 로빈슨의 천재론과 플로리다의 창조계급은 궤를 같이한다.
천재론은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천재는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다윈, 아인슈타인 등 세상을 바꾼 천재들도 사회적 경험과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특정계층이 발전을 주도한다는 플로리다의 주장과 다른 점이다.
어찌 됐던 창조계급이 필요하게 됐다. IT와 벤처가 창조계급과 창조경제에 가장 맞닿아 있다. 그래서 사울 싱어가 이스라엘의 사례를 소개한 창업국가(Start-up Nation)가 주목을 받는 이유다. 창업을 통해 일자리도 창출하고, 창조경제를 견인하기 위함이다.

中企 협력 있어야 창조경제 완성

슘페터에서 싱어까지 창조경제의 면면을 살펴보면, 창조경제의 핵심은 인간중심, 중소기업 그리고 시장경제이다. 교육과 문화를 통해 창조적 인간을 만들고, 창조적 인간이 일할 수 있는 IT와 벤처 창업이 뒤따라야 한다. 이들이 성장을 견인하는 창조계급이며, 우리는 이를 창조적 선도기업(Creative Leading Company)이라고 부를 수 있다.
창조적 선도기업이 창조계급이 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312만 개 중소기업과 지속적인 상호협력이 필요하다. 사회적 경험과 상호작용이 천재를 만들듯, 창조적 선도기업은 312만 개 중소기업과 협력할 때 창조경제가 완성될 것이다. IT와 전통 제조업의 융합, 예를 들어 IT에 기반을 둔 뿌리산업의 생산성 향상 등이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이 정책에 의해 달성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시장에서 이뤄져야 한다. 2000년대 초 IT와 벤처 정책은 매우 효과적이었다. 당시 우리는 외환위기에 있었기 때문에 효과 또한 극적이었다. 그 효과는 10년을 가지 못했다. 페이스북, 구글 등 인터넷을 지배하는 기업이 계속 등장하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 당시 정책은 혁신을 지원한 것이지, 창조를 지원한 것이 아니다. 창조가 그만큼 어려운 이유다.
정책에 의한 성장이니 더욱 그러하다. 어디까지나 정책은 시장의 보조적 수단이다. 기업의 창조적 활동은 시장에 의해 달성돼야 한다.

오동윤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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