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는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라고 시작된다. 가정이 행복해지려면 부부간 애정, 자녀, 금전, 종교 등 여러 조건이 모두 만족돼야 하고 어느 하나라도 크게 어긋나면 나머지가 모두 만족돼도 어렵다는 것이다.
여러 조건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목표를 이룰 수 없다는 ‘안나 카레니나 법칙’은 진화생물학자인 제러드 다이아몬드가 저서 ‘총, 균, 쇠’에서 야생동물의 가축화를 설명하기 위해 제시한 이론이다. 플랫폼 사업도 마찬가지이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성공전략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사업의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실패 요인들을 모두 극복해야 한다.
첫번째, 도입 단계에서는 ‘플랫폼 발굴’이 핵심 과제이다. 노키아는 90년대 후반 이미 스마트폰을 만들고 있었고 심비안이라는 자체 운영체제도 보유하고 있었다. 2000년에 이미 아이폰과 유사한 디자인의 스마트폰의 개발을 검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제품들은 상품화되지 못했다.
오히려 2000년대 중반 모토롤라의 레이저라는 휴대폰이 인기를 끌자 일반 휴대폰 사업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돌아서며 스마트폰 시장의 주도권을 완전히 놓치고 말았다. 플랫폼을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서는 과감하게 자원을 집중하는 결단이 필요한 것이다.
두번째는 성장 단계에서 초반부에는 ‘양적 성장’이 중요하다. 과거 통신사가 시도했던 모바일 결제서비스는 사용자가 대금을 지불할 때 개인의 신용카드 정보를 담은 동글(dongle)이라는 기기를 스마트폰에 꽂아 상점에서 전용 결제단말기에 갖다 대면 결제가 이뤄지는 방식이다. 하지만 전용 결제단말기를 설치한 상점이 부족해 사용자들이 동글을 사용하기를 꺼렸고 반대로 동글을 가진 사용자가 적어서 상점들이 전용 결제단말기를 설치하지 않았다.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은 플랫폼이라 할지라도 초기 사용자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성장하기 어렵다.
임계점을 넘어선 다음에는 성장 단계의 후반부이며 이때는 품질관리와 같은 질적 성장이 필요하다. 일본 게임업체인 아타리는 1970년대말 가정용 게임기 시장에서 80%의 점유율을 차지할 정도로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던 중 몇몇 프로그래머가 독립해서 게임 개발업체를 세웠는데 아타리는 이들로부터 게임 매출의 일부를 받는 대신 이들이 게임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게임기 사양을 간단하게 변경했다.
그런데 그때부터 아타리의 허가 없이 게임 소프트웨어를 제작해서 판매하는 회사가 속출하게 돼 조악한 게임들이 범람하게 됐다. 소비자가 아타리 게임기를 외면하게 돼 2,3년도 지나지 않아 아타리의 시장점유율은 한자리 수 밑으로 떨어졌고 도산까지 하게 됐다.
성장 단계의 후반부에는 ‘질적 성장’과 함께 ‘수익화’도 중요한 과제이다. 1999년 설립된 프리챌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1000만 명의 회원과 110만개의 커뮤니티를 확보하며 국내 대표적인 서비스로 성장했다.
그런데 별다른 수익모델을 찾지 못하고 2002년 커뮤니티당 월 3천원을 받겠다고 선언함으로써 1년만에 방문자 수가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마지막 이슈는 성숙 단계이다. 여기서의 핵심 과제는 ‘진화’이다. 인텔과 MS는 30여년간 PC 시대를 주도해 왔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IT산업의 중심이 PC에서 스마트폰,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로 전환되면서 영향력이 약해지고 있다. 고성능보다 저전력과 편리한 사용법을 중시하는 시장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결과다.
현재 추진하고 있거나 계획하고 있는 플랫폼 사업을 5대 이슈 관점에서 한 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최병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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