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30년을 우려하던 일본경제가 올해 들어 언제 그랬냐는 듯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일본정부가 2천억달러나 되는 돈을 쏟아 부으며 엔고 흐름을 돌려놓으려고 노력했는데도 80엔 전후에서 꿈쩍도 하지 않고 있던 엔·달러 환율이 불과 몇 개월 사이에 90엔대 중반으로까지 치솟고, 주가도 30%나 올랐다.
일본경제의 분위기가 이처럼 바뀌게 된 데는 바로 ‘아베노믹스’라 불리는 아베 총리의 경제정책 때문이다. 아베노믹스는 한마디로 통화를 풀어 인플레이션을 유도하고 재정을 확대해 경기를 부양함으로써 일본경제를 디플레이션에서 탈출시키겠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골자는 돈을 풀어 엔저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일본경제가 아베노믹스를 발판으로 살아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우선 아베노믹스로 인해 일본경제가 정말 디플레이션과 장기불황에서 탈출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엔저에 힘입어 수출이 늘어나고 주가 상승으로 소비 증가 가능성이 고조되는 등 일본경제 흐름에 대한 기대가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려면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심리가 형성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선순환적인 경기흐름이 장기적으로 이어져 개인소득 증가와 맞물려야 한다.
과거 일본 경험에서 볼 때 기업수익 확대가 본격적으로 개인소득 및 소비 확대로 이어지기까지는 2∼3년이 필요하다. 또한 과거 일본 사례를 볼 때, 아베 정권이 표방하고 있는 공공투자 중심의 재정정책은 그 효과가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아베노믹스가 지속성장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경기는 회복되지 않고 물가만 상승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또 재정지출을 확대하면서도 재정건전화를 달성할 수 있을까하는 점도 지켜봐야 한다. 예상대로 올해 경기가 호전되면 내년 4월에 소비세율을 8%로 올리게 된다.
과거 경험 상 소비세율을 올린 직후에는 경기가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 그 대책을 위해 또다시 재정을 확대해야 하는 만큼 재정건전화는 미뤄지게 된다.
또 돈을 풀어 인플레이션을 유도하면 금리도 상승하여 국채가격이 하락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일본 국채의 65%를 가지고 있는 일본 금융기관의 부실이 커지게 되고, 그로 인해 정부가 지금까지와 달리 국내 금융기관을 상대로 한 국채 발행이 어려워지게 된다.
따라서 보다 많은 금리를 제공해야 하는 만큼, 국채이자 부담이 늘어나게 되어 재정적자는 더욱 커지게 된다. GDP의 2배가 넘는 국가부채를 안고 일본정부로서는 이 재정문제는 아베노믹스 실행에 최대 걸림돌이라 할 수 있다.
아베노믹스가 성공을 거둘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적어도 엔저 흐름을 유도하고 일본국민들로 하여금 일본경제의 회복에 대한 기대를 갖게 했다는 점에서 아베노믹스는 이미 절반은 성공했다.
앞으로 일본정부가 아베노미스가 안고 있는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예의 주시하면서 엔저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현재의 일본기업들은 80엔대의 초엔고에서도 살아남은 기업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그에 대한 대응 태세를 갖추어 나가야 한다.

구본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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