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xt Big Thing은 센서가 될 것이다. 모든 사물에 센서가 부착돼 세계는 새로운 감각층을 갖게 될 것이다”
2009년, 웹 2.0으로 유명한 팀 오라일리가 했던 말이다. 과연 그의 말대로, 센서 관련 기술이 IT융합과 차세대 유망기술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오감인식 기술 즉, 인간의 감각을 모방하는 기술은 인간에게 차원이 다른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IBM은 “컴퓨터가 5년 안에 인간과 같은 오감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람이 말하지 않아도 기계가 알아서 대응하는 이른바 ‘디지털육감’이 조만간 가능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런 분위기라면, 사람의 마음을 읽어 내고, 주변 환경을 적절하게 파악해 고급 정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친절한 기계’가 우리 생활 가까이 등장할 날이 그리 멀지 않은 듯하다.
그렇다면 이 ‘친절한 기계’를 가능하게 하는 오감 인식 기술은 과연 어디까지 와 있는 것일까.
우선, 시각 인식 기술은 우리가 사람의 얼굴 모양을 인식하는 단계에서 나아가 사람의 표정을 파악해 기분을 알아내거나 사람의 시선, 즉 관심이 향하는 곳을 감지하는 기술로 한 차원 높게 발전됐다. 특히, 시선인식 기술은 소비자의 행동 분석, 장애인의 기기 조작, 학습이나 훈련 등에서 적극 활용되고 있다. 음성인식 기술은 음성으로 단순히 기기를 제어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와 사람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 NTT도코모가 출시한 ‘말하는 컨시어지’ 서비스는 정형화되지 않은 일상 대화의 의미도 정확히 해석해 사용자와 대화할 수 있도록 하였다.
실제 사람의 감각기관을 모방하는 촉각, 후각 및 미각 감지 기술은 시각 및 청각 인식기술 수준에 비하면 미흡한 단계지만 상용화를 목표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USC의 비터비 공대 연구팀은 2012년에 사람 손가락처럼 부드럽고 신축성이 있으면서 사람의 촉각 인지능력보다 뛰어난 촉각 센서를 만들어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오감인식 기술이 세계 곳곳에서 분야별 개발 성과에 발맞춰 빠른 속도로 상용화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역시 차세대 유망기술로 손꼽히는 오감인식 기술을 결코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기초과학부터 꾸준히 지원해 발판을 닦고, 파급효과가 큰 기술 분야에 대해서는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할 것이다. 또한 오감인식 기술의 활용분야에서도 인공지능, 빅데이터, 투명·플렉서블 디스플레이 등의 유망 기술과 접목해 신사업 기회를 계속적으로 발굴해 내는 노력이 시급하다.
하지만 급하다고 숲을 보지 않고, 나무에 전력투구할 수는 없다. 오감인식 기술은 앞서 밝힌 대로 융합 기술이다. 인간과 기계와의 소통과 교감을 바탕으로 하고 목표로 한다. 따라서 기술의 융합을 이끌어줄 사람과 사회에 대한 연구가 필수적이다. 즉, 인문, 사회, 예술을 망라하는 다양한 학문 분야와의 융합 연구가 반드시 병행돼야하는 것이다.
우리의 결핍을 치유해주고, 교감과 소통의 세상을 열어줄 새로운 기술을 향해 정부와 학계, 산업계가 모두 함께 뛰어야 할 때다.

이치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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