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로지 개성공단의 정상화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북측이 지난 8일 오후 개성공단의 북측 근로자를 철수시키겠다고 발표한 이후 개성공단의 가동이 잠정중단되고 있는 가운데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은 개성공단 정상화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지난 9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개최된 입주기업 긴급대책회의와 이어 열린 회장단 기자회견에서 입주기업들은 가동중단 상태의 장기화를 우려하며 남북경제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의 정상화가 시급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북한이 사전 협의도 없이 개성공단 출경금지 조치에 더해 개성공단 가동 잠정 중단과 근로자 전원 철수 방침을 일방적으로 밝힘에 따라 막대한 재산을 투자해 생산 활동을 영위해온 당사자들로서 공단 자체가 폐쇄될 위기를 맞는 상황에 당혹감과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조속한 정상화 호소
이들은 북한에 조속한 개성공단 정상화 조치를 요구하고, 우리 정부에는 “성숙하고 포용된 자세로 개성공단이 조속히 정상화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문제의 본질을 벗어나 개성공단을 정치와 군사적 대결의 장으로 이끌고 있는 일부 언론에도 자제와 지원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를 중심으로 한 중소기업계와 개성공단입주기업협회는 지난 한달 남짓 긴박하게 돌아간 개성공단 조업중단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지난 3월8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협회 역대 회장단이 긴급회동을 갖고 UN의 대북제재 결의와 관련해 우리정부에 조속한 해결책 마련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서 3월12일에는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과 한재권 개성공단입주기업협회장을 비롯한 중소기업계 대표단이 미국 뉴욕에서 반기문 UN사무총장을 만나 반 총장이 방한시 개성공단을 방문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또한 출경제한 조치가 이뤄진 후 지난 4일에는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통행 정상화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개성공단은 국내에서 고임금과 인력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북한의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소기업들의 관심이 매우 높다.
또한 북한 입장에서도 단순히 외화를 벌어들이는 수단 이외에도 시장경제 원리를 익히고 궁극적으로 침체한 경제를 회복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북한의 경제관료와 근로자들은 개성공단을 통해 금융, 세무, 회계, 인사 등에서 선진 경영기법 및 기술을 꾸준히 학습하고 있다. 특히 개성공단의 성공은 다른 경제특구의 밑거름이 되면서 북한의 경제 개방에 실질적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예컨대 북한의 ‘황금평·위화도 경제지대법’이나 ‘나선경제무역지대법’의 각종 규정에는 개성공단 경험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며 개성공단에서 일했던 북한 관리들이 황금평 등 다른 경제특구 개발에도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中企 새로운 돌파구
개성공단이 북한 주민에게 대규모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2004년 10월 북한 근로자 55명이 처음 개성공단에 고용되고 나서 7년이 흐른 지난해에는 북한 근로자가 5만명을 넘어섰다.
개성공단에는 개성 시내의 성인뿐 아니라 인근 장풍군, 개풍군 주민까지 투입되고 있다.
현재 개성공단에는 섬유, 기계·금속, 전기·전자 업종을 중심으로 123개 기업이 가동 중이다. 2004년 개성공단 시범단지에 15개 기업이 입주했던 것과 비교하면 지난 9년 동안 가동기업이 8배 정도로 늘어난 것이다.
개성공단의 연간 생산액은 2005년 1490만달러를 기록하고 나서 불과 2년 만인 2007년 1억8478달러로 10배 이상 커졌고 2012년에는 4억6950만달러에 이르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과 동남아시아 지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현지 생산비용의 급격한 상승으로 국내 유턴을 고려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 유턴 기업에게 개성공단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중소기업계는 한계상황에 봉착한 중소기업에 대한 경쟁력 제고 대책으로 개성공단과 같은 남북경협 모델이 효과적이라면서 개성공단 활성화, 제2 개성공단 조성 등 다양한 방식의 남북경협활성화를 통해 국내 중소기업의 경쟁력 제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해오고 있다.

입주기업에 긴급 금융지원
한편 개성공단 가동중단이 길어질 조짐을 보이자 은행권이 개성공단 진출기업들의 자금난 해소에 나섰다.
기업은행은 지난 9일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긴급 경영안정자금 1천억원을 지원하기로 하고 이날부터 신청을 받고 있다. 업체당 지원 한도는 5억원이지만 본점의 승인을 거치면 추가 지원도 가능하다. 또 올해 안에 상환기일이 도래하는 기존 대출금도 최장 1년간 상환을 유예해 주기로 했다.
국내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개성공단에 진출해 있는 우리은행도 이번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개성공단 진출업체에 긴급경영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사태가 장기화해 개성공단 진출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면 지원규모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된다.
남북협력기금을 위탁운영하는 수출입은행은 개성공단 진출기업에 대한 경영자금 지원을 신속히 처리하는 한편 개성공단사업과 관련해 교역보험에 가입한 업체들이 피해보상을 신청할 경우 남북협력기금에서 신속히 지급하기로 했다.

- 개성공단 운영이 잠정 중단된 가운데 지난 9일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공단 차량이 귀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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