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 겪는 베트남, 경제구조 개혁 위해 고군분투

베트남 경제가 성장통을 겪고 있다. 1990년과 2010년 사이 연평균 7.2%를 기록했던 경제성장률이 2012년에는 199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인 5.0%를 기록했다. 2012년에는 금융시장 불안과 함께 베트남의 IMF 구제금융 가능성까지 제기됐고, 무디스는 베트남의 신용등급을 사상 최저 수준으로 강등했다. 2013년 초 베트남의 주가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글로벌 경제위기 이전 최고치와 비교하면 40% 수준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 같은 성장세 둔화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2000년대 고성장을 이끌었던 베트남의 노동인구의 연평균 증가율은 2005년~2010년 2.6%에서 2010년~2015년 2.1%, 2015년~2020년 0.8%로 하락할 전망이다. IMF는 베트남의 GDP 대비 투자 비율이 2005년~2009년 38.7%에서 2010년~2014년 34.4%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 베트남의 성장세 둔화는 구조적 원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대대적인 개혁 없이는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기대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경제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로 국유기업이 지목되고 있다. 베트남 국유기업의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무분별한 투자다. 호황기 국유기업은 무분별하게 대출과 투자를 확대했는데, 2011년 중 정부가 20%대까지 치솟은 물가를 통제하기 위해 긴축정책을 추진하자 큰 타격을 받았다. 유동성이 부족해지자 재정상황이 열악한 국유기업들이 경영난에 빠졌다.
둘째, 국유기업의 낮은 생산성 역시 베트남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2000년대에 이미 부분적으로 민영화가 추진되기는 했는데 민영화된 기업 지분의 상당 부분이 여전히 정부 소유인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식시장이 침체되면서 국유기업의 지분 매각계획이 지연됐다. 정부의 비효율적인 기업운영이 지속되면서 민간부문과의 격차는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전문성이 부족한 정부부처가 경영권을 통제하고, 정책목표를 달성을 위해서라면 적자가 나더라도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세 번째 문제점은 낮은 투명성이다. 2012년 금융기관의 자금제공 과정에 권력이 개입한 사실이 밝혀지며 베트남의 대외신인도가 크게 하락했다. 결국, 2012년 10월 11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에서 베트남 공산당은 국유기업 부실과 방만한 운영, 부정부패에 대해 이례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정부가 개혁의 시급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기가 급랭하고 금융시장이 침체되자 변화를 모색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정부는 2012년 발표한 결정문에 이어, 2013년에는 2020년 경제개혁 로드맵을 발표했다. 개혁안은 ▲국유기업 구조조정 ▲기업지배구조 개선 ▲금융권 경쟁력 강화로 요약될 수 있다.
베트남 정부는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개혁안이 어느 정도 실행에 옮겨질 수 있을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일단 베트남 정부의 의지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의회는 ‘국유경제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명시된 헌법까지 개헌하겠다는 의지까지 천명했다. 2013년 들어 이러한 베트남 정부의 의지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일단 금융시장은 안정세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그러나 의회 및 공산당 내 정치적 마찰로 인한 정책 추진력 약화, 금융시장 침체에 따른 국유기업 지분 매각 지연 등 개혁 속도를 저하시키는 요소들을 예의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베트남 진출 기업들은 국유기업 지분 매입을 고려하는 한편, 민간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인센티브 제도를 활용해야 한다. 동시에 한국정부는 공기업 개혁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고, 양자간 FTA 체결 등을 통해 경협관계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김경훈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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