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국내 전역이 꽃물결로 일렁거리면 상춘객들의 흥에 겨운 노래 소리가 높아지는 계절이다. 짧은 봄은 우리 곁에 잠시 왔다 사라지지만, 봄 꽃 향연에 행복해진다. 하지만 봄에 딱 맞는, 유명 여행지를 비껴, 대전광역시로 떠나보자. 그곳에도 봄은 한껏 충만해 있다. 특히 대전시민이 아니면 간과해버릴지도 모를, 대전역을 중심으로 눈을 반짝이게 하는 옛 모습들을 만날 수 있다. 성심당에서 맛있는 빵 사들고, 룰루랄라 소풍하듯이 골목골목을 탐험해보자. 또 이팝나무 가로수에 꽃이 피어 ‘눈꽃거리’가 되면 유성 온천 문화축제(5월10일~5월12일)가 열린다.

대전 여행을 하면서도 왜 대전역 주변을 돌아볼 생각을 못했을까? 그런 생각이 들 만큼 시내 탐험은 색깔 있는 여행지였다. 번듯한 대전역사 사옥을 지나치면서 잠시 노랫가락을 떠올린다.
“잘 있거라. 나는 간다. 대전 발 영시 오십분” 뭘까? 왜 꼭 영시 오십분 기차를 타야했을까? 까마득히 잊고 있다가 그 현장에 오면서 노랫가락을 떠올리고 있는 것이다.
으레 그렇듯이 교통 요지 주변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게 마련이다. 대전역이 생기면서 무수한 사람들이 오가는 그 주변으로 자연스럽게 상권이 형성되었을 것이다.
대전역이 생긴 건 일제 때, 경부선 철도가 생기면서다. 당연히 그랬을 것이다. 당시 대전에는 은진 송씨 세도권이 오랫동안 형성되어 있었기에, 일본인들은 양반의 맥을 끊으러 그저 ‘대전리’라는 작은 마을을 선택했을 것이다. 당연히 대전역 주변은 최고의 번화가로 자리 잡는다. 아직도 역 주변 골목에는 옛 정취가 그대로 남아 있다. 한약거리, 인쇄거리를 비롯해 싸고 맛있는, 전통있는 식당들이 남아 옛 향기를 유지하고 있다.
또 대전 최고의 전통 재래시장으로 손꼽는 중앙시장이 인접해 있다. 특히 이 지역에 한국전쟁 때 남하한 이북 피난민들이 많이 정착하면서 중앙시장 상권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중부권 최고의 재래시장이었다. 시장 길은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 구획없이 돌아다니면 된다.
긴 세월 지나면서 현대적으로 많이 바뀌었고 장터의 활성화와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대전시에서도 노력을 기울이는 시장이다. 볼거리는 어물전, 야채전, 과일전 등 거의 엇비슷하지만 가장 큰 재미는 간식꺼리다. 흑미 이용한 호떡, 일부러 밥을 눌러 만드는 누룽지, 기름에 지글지글 익어가는, 커다란 녹두 빈대떡, 대창으로 만든 피순대 등. 재래시장의 ‘맛’을 느끼려는 인파를 따라 이곳저곳 기웃거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시장통 중간을 가로지르는 갑천의 물줄기도 볼거리다.
천변 길을 따라 ‘으느정 문화거리’까지 걸어보자. 대전역에서 충남도청에서 이르는 중앙로의 중간 지점에 있다. 은행나무와 정자가 있는 이 마을이 은행정이로 일컬어지다가 ‘으능정이’로 바뀐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96년부터 차없는 거리로 지정되어 ‘대전의 명동’이라는 별칭이 붙은 거리다. 거리 주변은 현대적이다. 고급 숍과 레스토랑 등이 즐비하다. 주말이면 사람들이 파도를 치듯 물결처럼 배회한다.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자주 열리는 대전의 대표적인 문화거리.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즐거울 일들은 많다.
그곳에 아주 연륜 깊은 성심당 빵집이 있다. 성심당 빵집은 주말 뿐 아니라 평일 오후부터는 줄을 서지 않고서는 빵 구입이 어렵다. 도대체 얼마나 맛이 좋으면 이런 인기를 누릴까? 필자 또한 두 번이나 찾아가서야 겨우 빵을 구입할 수 있었다. 게다가 구입한 빵을 연신 먹어댔다. 빵을 즐겨먹지 않음에도, 거기에 살찌는 것을 염려하면서도 계속 입맛을 유혹하는 마력이 넘치는 빵이었다. 성심당은 한국 전쟁때 피난 온 함경도 함흥 출신 임길순씨가 작은 찐빵 집으로 시작됐다. 70~80년대 이 빵집은 만남의 공간이자 청춘들의 데이트 장소였다.
1980년도에는 튀김 소보루를 86년에는 부추빵을 출시해 특허까지 출원했다. 지난 2011년 5월에 국내 제과업체 최초로 미슐랭 가이드에 등재되기도 했다. 튀김 소보루가 가장 인기지만 열이 식으면 식감이 떨어진다. 그럴 바에는 단팥 빵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택배도 가능하다.
맛있는 빵 한조각 들고 거리를 돌아보고 도심탐험을 충분히 즐겼다면 대동 벽화마을의 하늘공원을 찾아보자. 대동마을은 1950년~60년대 모습을 그래도 간직한, 대전시의 대표적 달동네 마을이다. 골목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고 마을 가장 높은 곳에 ‘하늘공원’이 있다.
대전 시내가 한눈에 조망되는, 사방이 막힌 곳 없어 가슴이 탁 트이는 곳. 연인들은 벤치에 앉아 봄바람처럼 속살댄다. 그 사이로 서녘으로 아름다운 해가 빠져들어가고 있다. 사진은 으느정거리

여행정보
○중앙시장 : 동구 원동, 중동 일원/으느정 문화거리:충남도청~대전역에 이르는 중앙로의 중간지점/하늘공원:동구 용운동/우암 사적공원:동구 가양동 65, 문의:042-673-9286/박팽년 유허비:동구 가양2동 161-1/동춘당:대덕구 송촌동 192/신채호 생가:중구 어남동 233/유회당, 여경암:중구 무수동 94, 무수동 299
○대중교통 : 서울강남고속터미널(1688-4700, www.exterminal. co.kr)에서 대전행 고속버스(6:00~24:10까지 5~15분 간격 운행, 2시간 소요) 이용/서울역(1544-7788, www.korail.com)에서 경부선(5:15~23:30까지 약 10~20분 간격 운행, KTX 1시간, 일반 기차 약 1시간 50분 소요)을 이용, 대전역 하차/문의:대전고속버스터미널:042-625-8792, www.daejeonbustm.co.kr, 대전역:1544-7788
○자가 운전 : 경부고속도로 → 호남고속도로 → 대전 IC로 나와 대전역으로 와서 동선에 구애 없이 원하는 곳을 찾으면 된다.
○별미집 : 으느정 거리에는 신도칼국수(042-253-6799, 칼국수, 동구 정동 30-16)가 싸고 맛있다. 또 성심당(042-256-4114, 튀김 소보루, 은행동 145)은 오래된 빵집으로 줄을 서서 기다려야 될 정도로 인기다. 보문산쪽에서는 다정식당(042-252-4322, 보리밥, 대사동 198-68)이 맛있다.
○숙박정보 : 유성관광호텔(042-820-0100), 리베라 호텔(042-823-2111), 레전드호텔(042-822-4000), 호텔 스파피아(042-600-6000), 아드리아 호텔(042-828-3636), 홍인 호텔(042-822-2000), 로얄 호텔(042-825-6700), 사또 그레이스 호텔(042-639-0111), 코스모스 호텔(042-628-3400), 한일 호텔(042-283-4401), 대림관광호텔(042-251-9500)을 비롯, 모텔이 다수 있다. 업소 과잉이어서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 가능하다.
○주변 볼거리 : 대전시에는 유명 인물들이 있다. 일단 우암(1607∼1689)의 사적공원을 찾으면 송시열 선생을 만날 수 있다. 또 근처, 마을 안쪽에 박팽년(1414~1456, 태종 17년~세조 2년) 유허지(시기념물 제1호)와 유허비(시문화재자료 제8호)가 있다. 또 조선 효종 때의 문신인 송준길(1606∼1672년, 선조 39년~현종 13년) 선생이 낙향해 자신의 호를 따서 지은 별당인 동춘당(보물 제209호)도 있다. 또 대전의 유명 인물인 신채호 선생(1880∼1936)의 생가가 있다. 그 외 대전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보문산(457.6m)이다. ‘보문산을 깊숙이 보려면 산행이 적당하나 시간이 없다면 신채호 생가 본 후 유회당(有懷堂)을 가면 된다. 농촌 체험말로 지정된 평범한 시골 마을. 입구에 종가가 있고 더 안쪽에 유회당 유물관(시 유형문화재 제29호)이다. 유회당은 권이진(1668~1734, 현종 9년~영조 10년) 선생이 조상 묘를 지키기 위해 숙종 33년(1707)에 지었다. 사당 정원에는 연못, 탱자나무, 소나무 등이 눈길을 끌고 담장을 끼고 만든 건물 전각이 독특하다. 칠성검(七星劍), 교지, 홍패 및 백패, 옥관자 및 금관자, 흉배, 호패 등의 유물(시문화재자료 제17호)이 보관되고 있다. 특히 후손들과 후학의 교육장소로 건립된 거업재, 여경암, 산신당(유형문화재 제18호)은 놓치면 안된다. 거기에 보문산 전망대에서는 대전시가지가 한눈에 조망되는데 야경 감상하기에 좋다.

- 글·사진 이신화 http://www.sinhw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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