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도시’하면 꽤 많은 유럽 도시가 떠오를 것이다.
그런데 “생태도시 올림픽이 열리면 모든 기록을 깰 것”이라고 영국 가디언지가 칭송한 도시가 있다.
바로 스웨덴의 작은 도시 함마르비이다. 스톡홀름에서 약 6km 떨어진 남쪽 외곽의 이 작은 도시는 발틱 해와 접해있는 지정학적 이유로 1차 대전 이후 급속한 산업화가 이뤄졌지만, 이후 제조업의 쇠퇴와 함께 쇠락의 길을 걷게 됐다. 심각한 수질오염과 토양오염으로 몸살을 앓던 함마르비는 1990년대초 스톡홀름시가 주거수요 급등으로 재개발을 계획하게 되면서 전환점을 맞게 된다. 시 정부에 의한 아파트 건설계획과 이후 2004년 올림픽 유치를 위한 선수촌과 경기장 건설계획이 수립되면서 도시 환경이 눈에 띄게 개선된 것이다.
시 정부와 환경전문가들이 ‘지속가능한 복합 도시’를 목표로 시작한 환경개선 사업은 대중교통 이용 증대, 물 사용량과 폐기물량의 감축, 건물과 토양의 에너지 재활용 등 세부목표를 세우고, 이른바 ‘자원순환모델’을 구축해 적용했다.
함마르비 성공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자원순환모델은 ‘함마르비모델’이라고도 불리는데, 주변환경과 생태계를 고려해 에너지, 물, 폐기물 등 모든 요소가 순환되며 재활용되는 시스템이다.
함마르비에서 쓰레기는 더 이상 쓰레기가 아니다. 가정에서 배출되는 폐수, 폐열, 쓰레기 등 일반적으로 불필요하다고 간주돼 버려지는 것들이 자체 시설을 통해 정화해 에너지로 재사용되는 것이다.
또한 함마르비는 에너지 절약 부문에서도 모범 도시이다. 3중 단열창과 자원 절약형 실내환기 시스템을 갖춰 건물들의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고, 태양광 패널 등 신재생 에너지를 실용화해서 탄소배출을 줄였다. 쓰레기를 소각해 나온 에너지와 하수처리장에서 배출된 열은 지역난방과 전력 생산에 이용되고, 음식물 쓰레기와 생활하수에서 얻은 슬러지는 바이오가스로 변환시켜 자동차 연료로 사용한다.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함마르비 거리에서 쓰레기통과 교통 체증을 거의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건물 입구마다 설치된 둥근 구멍이 쓰레기통 역할을 해서, 이곳에 쓰레기를 넣으면 시속 70km의 속도로 흡입돼 진공관을 타고 중앙 수집소로 자동으로 보내진다.
교통 체증과 자동차가 사라진 것은 쾌적한 주거환경 조성을 위해 대중교통 이용을 적극 권장한 덕분인데, 경전철과 수상보트 등 대중교통을 정비하고 저렴한 카풀 제도를 활성화한 것이다. 잘 갖춰진 대중교통 시스템으로 인해 함마르비의 통근통행 대중교통 분담률이 80%에 이른다고 하니, 교통혼잡으로 고민하는 다른 도시들이 놀랄 만한 수준이라고 하겠다.
각종 오염으로 쇠락했던 도시는 이제 스톡홀름에서 ‘가장 살고 싶은 지역’으로 꼽힌다고 한다. 멋진 건물을 짓는 것, 새로운 문화공간을 만드는 것도 도시를 살리는 방법이지만, 도시의 환경과 생태에 투자하는 것은 그 내구성이 높아서 한 번의 투자로 장기간의 만족을 줄 수 있다고 한다.
함마르비의 사례처럼 한국에서도 도시생활의 행복도를 높이기 위해 총체적인 생태환경에 투자를 고려해 보는 것은 어떨까.

박강아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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