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어린이날, 8일 어버이날, 11일 입양의 날, 15일 세계 가정의 날, 20일 성년의 날, 21일 부부의 날, 22일 가정위탁의 날, 25일 실종아동의 날…. 가족의 소중함을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5월이다. 완연한 봄기운 덕에 가족과 함께 가까운 교외라도 나가 바람을 쐬고픈 나날이다. 살랑살랑 코끝을 간질이며 실려오는 싱그러운 풀향기 가득한 수목원도 좋겠다. 진정 ‘내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그 어디인들 좋지 않으랴. 때마침 진한 감동과 함께 가슴 따뜻해지는 공연과 영화도 풍성하다. 추억을 만들 수 있는 문화 속으로 가족과 함께 떠나보자.

‘아버지’ 이야기를 다룬 연극이 가족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한다. 가족의 사랑과 행복을 주제로 다룬 일반적 가족극과 달리 연극 ‘우리 아버지’는 특별한 상황적·시대적 배경 아래 가족의 소중함을 이야기해 메시지가 강하게 전달된다.
평소 미워하고 이해하지 못했던 아버지를 실수로 가게 된 낯선 북한 땅에서 그리워하게 되고, 아버지 또한 집 떠난 아들을 그리워하며 지난날을 반성하는 이야기다. 때론 무심하고, 때론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평범한 가족의 모습이 잘 그려졌다.
항상 곁에 있어 소중함을 잊은 채 가족에게 소홀했거나 사춘기 자녀의 행동을 이해 못하고 자주 화를 내온 사람이라면 가족의 손을 잡고 함께 보길 적극 추천한다. 귀찮게만 여겨지던 가족이 어느 순간 너무나도 소중하게 다가올 것이다. 6월 2일까지 대학로 나온씨어터에서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어머니’의 일생을 그린 연극도 관객을 맞는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우리나라 대표 명배우 손숙이 연기인생 50년을 기념하는 작품 ‘손숙의 어머니’를 무대에 올린다. ‘모성애’를 주제로 손숙과 연희단거리패의 이윤택 연출이 호흡을 맞췄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이라는 시대적 고통 속에 남편의 바람, 혹독한 시집살이, 아들의 죽음까지 참아내야 했던 우리 어머니, 할머니의 이야기가 가슴 절절하게 전개된다.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 어우러지는 극 구조 속에서 한 여인의 ‘살’과 ‘한’을 풀어내는 굿장단도 한바탕 펼쳐진다. 예술적 감동은 물론 어머니에 대한, 가족에 대한 애틋함을 되새기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5월 23일부터 26일까지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에서 공연된다.
가정의 달 5월에 잘 어울리는 영화도 개봉했다. 평범한 가족의 소소한 일상을 다룬 영화 ‘고령화 가족’이다. 집집마다 문제 하나쯤은 다 갖고 있겠지만 이 집은 문제가 많아도 너무 많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엄마 집에 빌붙어 사는 철없는 백수 첫째 ‘한모’, 흥행참패 영화감독으로 궁핍하게 지내는 둘째 ‘인모’, 결혼만 세 번째인 뻔뻔한 로맨티스트 셋째 ‘미연’. 서로가 껄끄럽기만 한 삼남매와 미연을 쏙 빼닮아 되바라진 성격의 개념상실 여중생 ‘민경’까지. 평화롭던 엄마 집에 나잇값 못하는 가족이 다시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연일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이들 가족의 속사정이 공개되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온 가족이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영화도 16일 개봉한다. ‘미나문방구’는 구청 공무원으로 남들의 부럼움속에 잘 살고 있던 ‘강미나’가 아버지가 운영하던 문방구를 억지로 떠맡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린 코믹 가족 영화다. 영화를 제작한 정익환 감독의 말처럼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과 살아있는 추억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또 초등학교 앞 문방구가 로망이었던 어른들은 개구쟁이 유년시절로 돌아가는 행복한 시간도 즐길 수 있겠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연인, 친구와 함께 감상하는 야외공연도 큰 즐거움을 선사할 듯하다. 6월 5일까지 매일 점심시간인 정오 세종문화회관 세종 예인마당에서 진행되는 ‘정오의 예술무대’. 클래식, 국악, 무용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펼쳐진다. 이와 함께 6월 30일까지 매일 퇴근시간인 저녁 6시 30분 세종문화회관 특설 야외무대에서는 ‘광화문 문화마당’이 열려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공연을 시작으로 버블, 저글링서커스와 오브제서커스, 마임, 무용, 클래식, 비보잉 등 폭넓은 장르의 공연이 펼쳐진다.
광화문 인근에서 근무하는 김재용씨는 “아내와 점심시간에 만나 도시락을 먹으며 공연을 즐기고 있다”며 “연애 시절로 돌아간 듯한 설레는 시간이다. 부부들에게 적극 권한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 노경아 jsjys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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