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미국 소매유통시장은 월마트의 등장으로 일대파란이 일어났다. 이 무적의 신생업체는 ‘슈퍼센터’라는 새로운 콘셉트의 매장으로 K마트, 타깃 등 기존 할인점들은 물론, 영세한 지역 소매유통점까지 휩쓸어 버리기 시작한 것이다.
월마트발 쓰나미에 모두가 추풍낙엽처럼 쓰러저 나갈 때, 뉴욕주 북서부의 웨그먼스라는 조그마한 슈퍼마켓 체인은 생존을 넘어 오히려 무섭게 성장했다.
50여년이 지난 오늘날, 웨그먼스는 2011년 매출액이 62억달러에 이르고 포천지 선정 ‘미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서 구글, 보스턴컨설팅그룹 등에 이어 4위(2012)를 차지할 정도가 됐다. 월마트와 당당히 맞서 자신만의 생존방식을 구축한 웨그먼스, 그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웨그먼스의 첫 번째 성공비결은 전쟁터를 무리하게 확장하지 않는 데 있다. 전 세계 27개국 1만여개의 매장을 갖고 있는 월마트와 달리, 웨그먼스는 뉴욕을 중심으로 동부지역에 80여개의 매장을 집중시켜 놓고 있다. 지역 커버리지가 넓어질수록 물류비용은 물론 공급업체를 신규 발굴, 관리해야 하는 비용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또한 웨그먼스는 오직 식품 하나로만 승부한다. 대신 판매되는 식료품의 종류를 업계 평균보다 40% 이상 많은 6만여개 운영하고 이들의 회전력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두 번째 성공비결은 바로 고정관념을 타파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소매유통점의 비즈니스모델 특성상 ‘상품가격과 관련비용을 낮추는 것이 핵심성공비결이다’라는 통념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웨그먼스는 업계 최고의 연봉과 복리후생제도는 물론, 직원들의 대학보조금으로 4년간 2200달러를 지원한다.
고객들의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해 한 대의 계산대 앞에는 대기고객이 2명을 넘지 않도록 충분한 계산대와 계산원을 배치했다. 2000년대 중반 유기농식품 붐이 일어나자, 연중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위해 아예 유기농 연구농장을 설립하기도 했다. 경쟁자들처럼 비용을 줄이는데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제대로 쓸 데를 찾은 것이다.
세 번째 성공비결은 바로 신수요를 창출한 데 있다. CEO 대니 웨그먼은 “고객들이 왜 생선을 안 사는지 아십니까? 생선을 어떻게 조리해서 먹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한다.
웨그먼스 매장 곳곳에서는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직원들이 고객들에게 요리법을 알려준다. 또한 세계 정상급 요리사를 초빙해 매장 내 무료시연을 선보이기도 하고,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다양한 음식의 레시피 제공한다.
웨그먼스의 직원들은 그들의 성공요인에 대해 “경쟁자와 반대되는 것을 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수많은 소매유통점들이 월마트 앞에 무릎을 꿇을 때, 또 월마트와 같은 방식으로 생존을 모색할 때, 웨그먼스는 자신이 유리한 전쟁터에서,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신수요를 창출했다. 과연 우리만의 독특한 경쟁방식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시점이다.

이준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