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년차 직장인 김해윤(32)씨는 퇴근 후 동료 몇몇과 시내 복합쇼핑몰로 출근복 쇼핑에 나섰다. 몇 년 전만 해도 블랙 컬러 위주의 정장만을 샀지만 최근에는 자유로워진 직장 분위기 덕에 검정색엔 눈길도 안 보낸다. 꽃무늬 미니스커트와 하늘색 스키니진에 롱 스타일 흰 남방을 샀다. 남자 동료들 역시 파스텔 톤의 캐주얼룩에 관심을 쏟는다. 해윤씨는 “무조건 정장만을 고집하던 오피스룩 시대는 지나간 지 오래다. 요즘엔 출퇴근 복장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며 “근무하는데 좀 더 편안하고 실용적 패션을 추구하게 되면서 검정, 회색 정장 대신 캐주얼 비즈니스 복장으로 출근하는 동료들이 많다. 청바지에 세미 재킷 차림으로 출근하는 40, 50대 임원들도 많다”고 말했다.

몇 년 전부터 직장인들의 옷차림이 자유로워지더니 올 봄엔 캐주얼룩이 특히 인기다. ‘캐도남·캐도녀(캐주얼룩 입는 도시 남녀)’라는 신조어까지 생길 정도로 격식을 차린 딱딱한 정장보다는 편안하고 경쾌한 옷차림이 대세인 것. 캐주얼룩 열풍에는 ‘운도남·운도녀(운동화 신고 출근하는 도시 남녀)’도 크게 한몫하고 있다.
대형 백화점 관계자에 따르면 올 1월부터 3월까지 정장 매출은 8.1% 감소한 반면 캐주얼 정장은 9.1% 증가해 20%포인트 가량 차이가 났다. 직장인 사이에 격식 있는 스타일보다 가벼운 비즈니스 캐주얼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는 의미다.
온라인 쇼핑사이트 역시 같은 기간 남성복의 경우 캐주얼 바지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11% , 캐주얼 남방·셔츠는 82% 각각 늘었지만 정장과 매치하기 좋은 트렌치코트 판매는 15%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백화점 의류 매니저는 “최근 들어 격식 있는 정장 스타일보다 편안함을 추구하는 구매자들이 많아지면서 밝은 색상의 캐주얼룩이 남녀 모두에게 인기”라며 “완연한 봄날씨가 계속되는 요즘 캐주얼룩 수요가 더욱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를 넘어선 직장인 캐주얼룩에 대한 규제의 목소리도 들린다. 최근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본사 건물 복도에 붙은 ‘복장 규정 지침’이 대표적 사례다.
현대백화점은 복장 규정 지침 적용 대상을 본사 직원 300여명으로 정하고 구체적인 규제 복장까지 명시했다. ‘품위를 벗어난 복장’. 찢어지거나 부분 탈색이 심한 캐주얼 의상을 비롯해 청바지, 아웃도어 스타일, 후드티, 쫄티, 롱·어그부츠, 스니커즈 등이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아울러 직원의 규정 복장을 비즈니스 캐주얼로 명시했다. 남성의 경우 정장 또는 ‘재킷+바지’에 칼라 달린 셔츠를, 여성은 재킷, 치마 또는 바지, 블라우스에 스타킹 착용을 의무화했다. 신발은 구두와 단화로 정했다.
백화점업계 최초로 ‘노타이’를 실현한 이 백화점이 직원 복장 규정을 강화한 건 최근 직장생활에 적합하지 않은 옷차림으로 출근하는 직원들이 많아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요란한 옷차림이 회사의 품위과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근무 분위기 또한 해친다는 것.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남녀 직장인 36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출근복장 관련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지나치게’ 자유로운 옷차림의 문제점이 확연히 드러났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직장인 중 80.5%가 회사에서 직장 동료의 출근복 때문에 민망한 순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여성들은 남성 동료가 피해줬으면 하는 출근복 1위로 ‘딱 달라붙는 바지’(34.4%)를 꼽았다. 이어 ‘맨발에 슬리퍼(27.5%)’, ‘민소매 차림(27.2%)’, ‘너무 짧은 반바지(25.9%)’ 순으로 나타났다. 같은 문항에서 남성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62.7%는 ‘속옷이 보이거나 비치는 옷’을 꼽았다. ‘가슴이 깊이 파인 상의(35.1%)’, ‘심하게 짧은 하의(33.9%)’, ‘특이한 스타킹(25.7%)’, ‘너무 짧은 레깅스(18.8%)’, ‘작아서 꽉 끼는 옷(15.4%)’ 순으로 뒤를 이었다.
아침마다 ‘회사에 무슨 옷을 입고 가야 하나’를 고민했다면 ‘TPO(Time·Place·Occasion)’ 원칙이 해답이 될 것이다. 시간·장소·상황에 맞춰 세련되게 입는 당신이야말로 진정한 패셔니스타로 등극할 것이다.

- 노경아 jsjys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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