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88서울올림픽과 2002한일월드컵대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개최한 데 이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함으로써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그랜드슬램’달성 국가가 됐다.
평창을 비롯한 강원도지역의 경우 고용창출이나 지역브랜드 제고 등 기대가 크지만, 자치단체의 비용부담문제나 사후 시설관리 문제 등을 놓고 우려의 소리도 적지 않다. 동시에 올림픽 유산의 재활용 문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데, 2010년 동계올림픽 개최도시 밴쿠버는 올림픽 유산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 남서부에 위치한 밴쿠버는 캐나다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로, 17일 동안 7개 종목 86개 경기의 무대가 됐다.
밴쿠버는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기존 경기장을 활용하는 한편 새로운 경기장을 건설하기도 했는데, 퍼시픽 콜리세움, BC 플레이스 스타디움 등의 기존 경기장을 활용하고, 휘슬러 올림픽 파크, 리치몬드 올림픽 오벌 등을 총 5000여억원을 들여 신축했다.
밴쿠버가 올림픽 유산을 잘 활용한 도시로 꼽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기에도 명암은 있다. 모든 시설을 성공적으로 활용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인데, 밴쿠버 올림픽의 대표적인 성공 유산으로는 ‘리치몬드 올림픽 오벌’ 스케이트 경기장이, 그리고 실패한 유산으로는 ‘올림픽 선수촌’이 꼽힌다.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은 1억7000만달러를 투자해서 만든 시설인데, 현재 다목적 지역복합센터로 쓰이고 있다. 얼음트랙이 있던 곳에 여섯 개의 다목적 코트를 조성했고, 다른 한편은 아이스하키장으로 사용하며, 관중석은 피트니스 센터로 만들었다. 다목적 코트에서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여름 스포츠캠프나 국제 배드민턴대회, 세계 휠체어 럭비대회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경기가 없을 때는 주민 체육시설로 이용한다.
훌륭한 시설과 월 5만원 정도로 저렴한 이용료로 인해 이용자가 2000명에 이르고, 피트니스센터 연간 회원권으로만 23억원의 수익을 낸다고 한다. 경제적 효과 외에도 리치먼드 지역이 이로 인해 시민들이 즐겨 찾는 다운타운이 됐다고 하니, 올림픽 시설의 성공적인 활용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리치몬드 오벌의 성공은 경기장을 건설할 때 이미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설계단계부터 최소 60년 이상 이 건물이 시민을 위해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했고, 이를 설계에 반영했다.
한편, 1조원을 투자해 고급 주거용 콘도로 건설된 올림픽 선수촌은 실패한 유산으로 꼽힌다. 올림픽빌리지는 당시 밴쿠버 중산층들도 비싸게 여길 정도로 고급형으로 지어졌는데, 현재까지도 737개 중 300여개 가량이 미분양된 상태라고 한다. 올림픽선수촌이 실패 사례로 거론되는 이유는 고급형 전략의 실패와 2008년 세계경기침체 및 부동산 시장붕괴를 들 수 있다.
국내에서도 그동안 대규모 스포츠 경기를 위해 지어진 시설들이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단순 임대만으로는 수익성이 잘 나지 않기 때문이다. 2018년 평창 올림픽 이후에도 경제 효과에 더해 세계인이 살고 싶어 하는 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과연 무엇이 필요할지, 지혜를 모아야 하겠다.

- 30% 이상이 미분양인채로 남아있는 벤쿠버 동계올림픽 선수촌.

박강아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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