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악산업(Sin Industry)이란 말을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담배나 도박, 술처럼 생산하는 상품이 사람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해를 끼치는 산업을 지칭한다. 소비자의 힘이 커지고 기업의 진정성이 강조되며 최근 들어 급부상하고 있는 ‘착한 기업’과는 정반대 개념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그런데, 죄악산업의 대표적인 상품인 술을 무려 250년 이상 팔면서 지역사회에 존경받고 시장에서 1위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그것은 바로, 세계 흑맥주시장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는 아일랜드 대표기업, ‘기네스’다.
2009년 기네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고 창업자인 아서 기네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시작된 ‘아서의 날’ 축제는 다양한 음악공연이 펼쳐지는 것은 물론, 기네스 재단을 통해 6백만유로의 자선기금이 기부되는 등의 활동을 통해 기업의 내부적인 행사가 아닌 지역의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렇다면, 죄악산업의 태생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지역사회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착한기업, 기네스의 장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성공비결은 뭐니 뭐니 해도 맥주의 기본인 맛에 충실했다는 점이다. 보리 제분부터 시작해 분쇄와 가열, 발효와 숙성 등 맥주를 만드는 모든 과정을 총괄하는 기네스의 ‘마스터 브루어(Master Brewer)’는 과거나 지금이나 기네스 맥주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재료와 만드는 과정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수백 년 이상 같은 맛을 유지하며 전통의 맛을 지켜온 것이 오랜 세월 소비자들에게 사랑받아온 첫 번째 이유인 것. 실제로 기네스에서는 창업자 아서 기네스가 사용했던 효모를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기네스가 지켜온 전통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창업자 아서 기네스의 ‘경영철학’이다.
1759년 당시 유럽에서는 독한 술 때문에 많은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었다. 부모에게서 독실한 신앙심을 물려받은 아서 기네스는 “독주를 마시며 현실을 도피하는 저소득층의 음주문화는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맥주처럼 가벼우면서도, 딱 즐거울 정도로만 취할 수 있는 술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기네스를 마시는 더블린 빈민들과 기네스의 성공을 함께 나눠야한다는 아서 기네스의 철학 덕분에 기네스는 지역사회 발전과 복지증진에 그 어떤 기업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이 같은 아서의 창업정신은 오늘날까지 기네스를 지탱하는 핵심가치로 흔들림 없이 지켜지고 있다. 1997년, 그랜드 메트로폴리탄과 합병하며 세계 최대 규모의 주류업체 ‘디아지오’로 변신한 기네스는 지난 2013년 4월에도 대규모 사회공헌사업을 발표했다.
아시아지역 17개국 여성 200만명의 사회적 지위향상과 자립을 돕는 ‘Plan W’ 사업으로 투입되는 자금은 2017년까지 총 1000만달러, 우리 돈으로 약 110억원이나 된다. 지난 250년 동안 기네스는 맥주의 맛에 충실했고, 아서 기네스의 창업정신에도 충실했다. 언제나 지역사회와 소비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했던 나눔의 철학, 기네스의 성공을 곧 ‘착한 맥주의 성공’이라고 이야기해도 손색이 없지 않을까.

최명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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