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일자리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 문제 해결은 경제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 청년 일자리는 고령화 시대를 지탱하는 밑천이다. 노인인구(65세 이상)가 많아지고, 청장년인구(20~64세)는 줄어들고 있다. 1996년 노인 1명당 청장년인구는 9.9명이었다.
그러나 2011년 5.8명, 2022년 3.9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청장년인구가 부담해야 할 노인부양 비율이 점점 커지는 것이다. 과거에는 십시일반(十匙一飯)이었다면, 지금은 육시일반(六匙一飯)이라는 말이다. 청년 일자리가 그만큼 중요해진 것이다.
얼마 전 교육부와 한국장학재단은 ‘중소기업 취업 전제 희망사다리 장학금 사업’을 발표했다. 중소기업 취업을 약속하면, 등록금 전액과 취업준비 장려금 200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대학생들의 중소기업 취업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중소기업의 구인난, 청년의 구직난, 반값 등록금 프로그램이 한데 묶인 획기적인 발상이다.

열악한 근무여건 취업기피 요인

그러나 생색내기 정책이라는 비아냥이 벌써 들린다. 정작 장학금 수혜를 받은 졸업생들은 의무취업에 가까워서 중소기업이 제대로 대우를 안 해주리라는 것이다. 나아가 중소기업의 근무환경과 열악한 임금 수준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그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그들의 걱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중소기업의 임금 수준은 대기업 대비 62%(2012년) 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비단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소기업 강국으로 알려진 독일도 중소기업의 임금 수준은 대기업 대비 64%(2012년)에 불과하다. 이탈리아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45%이며, 그나마 나은 프랑스가 72%이다. 기업규모에 따라 임금 차이는 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있다. 우리나라는 근로자의 86%가 중소기업에서 일한다. 반면, EU 국가들은 근로자의 66%만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나머지 34%는 대기업에서 일한다. EU의 대기업이 그만큼 일자리를 많이 제공한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우리나라와 EU의 산업화 역사를 비교해 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 처음에는 작은 기업에 입사했지만, 훗날 그 기업이 대기업이 됐고, 자신도 자연스럽게 대기업 근로자가 돼 있다는 사실이다. 산업화의 역사와 기업성장의 역사가 그 숫자 안에 숨어 있는 것이다.

中企가 청년에게 꿈·희망 줘야

우리 청년들이 알아야 할 것이 바로 이런 점이다. 대기업 취업은 안정을 택하는 것이지 꿈과 희망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안정보다는 꿈과 희망을 만들 수 있는 곳은 중소기업이다. 대기업을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꿈보다는 중소기업을 대기업, 나아가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꿈이 더 현실적일 것이다. 적어도 꿈이 있다면 말이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토즈(TOD’S)의 출발은 조그마한 구둣방이었다. 이 구둣방은 연 매출 1조5천억원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회사가 됐다. 오늘날 토즈는 스테파노 신치니 회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1984년 대학 졸업 후 아무 경력도 없는 이력서 하나 달랑 들고 구둣방에 취직한 젊은이였다.
우리 청년들이 이런 꿈을 가지고 있다면, 이제 중소기업이 답할 차례이다. 낮은 임금을 탓하는 청년들을 의식 문제로 힐난해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 청년들은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많은 비용이 들었다. 이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이들의 꿈과 희망을 만들어 준다는 신뢰를 보여줘야 한다.
사회적으로 이러한 신뢰를 약속하고, 청년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이는 ‘중소기업 취업 전제 희망사다리 장학금 사업’이 성공하기 위한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오동윤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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