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밴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총재의 출구전략 암시 발언으로 세계 증시가 1% 내외의 조정을 받았으나 일본 주가는 10%대 대폭락했다. 그만큼 엔저를 바탕으로 한 아베노믹스가 결점이 많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아베노믹스 자체는 출범 초부터 많은 결점을 갖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5대 함정에 빠질지 모른다는 우려다. 가장 우려됐던 것이 ‘국수주의 함정’이다. 아베노믹스 추진 이후 인위적인 엔저에 대해서는 두 가지 시각이 갈려 있다. 하나는 일본 경제가 오랫동안 당면한 디플레이션을 타개하는 자구책으로 인식해 엔저를 묵인하는 시각이다.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이 부류에 속한다.
다른 하나는 근린궁핍화 차원으로 인식해 적극 반발하면서 환율전쟁에 가담하는 시각이다. 엔저에 따른 유로화 강세 피해가 심한 독일을 제외한 유럽 국가와 신흥국들이 이 부류에 속한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묵인하는 국가들도 엔저가 더 심해지면 이 부류에 속속 가담하면서 환율전쟁이 점입가경(漸入佳境) 국면으로 치달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5대 함정 빠질 가능성 높다
‘J-커브 함정(J-curve trap)’도 현실화되고 있다. 엔저가 무역수지 개선과 이를 통해 경기를 부양시킬 수 있으려면 ‘마샬-러너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국제무역이론에서 하나의 고전으로 다뤄지고 있는 이 조건은 수출입 공급에 있어서 문제가 없을 경우 외화표시 수출수요의 가격탄력성과 자국통화표시 수입수요의 가격탄력성을 합한 값이 ’1‘을 넘어야 엔저가 무역수지를 개선시킬 수 있음을 뜻한다.
엔저가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도 오히려 적자폭이 8000억엔대로 커진 4월 일본의 무역통계는 ‘J-커브 함정’에 빠질지 모른다는 우려를 뒷받침해 준다.
‘부메랑 함정’이 언제 나타날지도 주목된다. 엔저가 되면 수출이 늘어남과 동시에 물가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일본 경제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수출증대보다 내수확대가 더 중요하다. 인구구조 고령화 등으로 앞으로도 내수가 쉽게 회복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이 상황에서 무리한 엔저로 남아있는 내수 기반마저 붕괴될 경우 경기침체는 더 장기화되는 자충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하반기 환율 변동성 대비해야
일본 내 ‘자금이탈 함정’도 우려된다. 아베노믹스 초기에는 일본 내 자금은 더 풍부해진다. 엔저를 유도하기 위해 풀리는 유동성에다 체리 피킹 차원에서 주가상승을 겨냥한 외국자금이 유입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그 이후의 상황이다. ‘S자형 투자원칙’이나 ‘하이먼-민스크의 리스크 이론’대로 초기 단계를 지나 일본경제 회복과 같은 추가적인 투자유인을 제공하지 못할 경우 어느 날 갑자기 자금이 이탈된다. 통화 가치를 감안한 피셔의 국제 간 자금이동 이론상 제로(0) 금리에다 엔저까지 가세되면 엔캐리 자금은 언제든지 이탈될 수 있는 여건이 충족돼 있기 때문이다. 
빠른 시일 안에 경기회복 조짐이 나타나지 않으면 아베 정부는 ‘좀비 함정’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엔저 정책처럼 특정국 경제에서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던 기대가 무너질 경우 가장 먼저 나타나는 것은 정책당국이 어떤 신호를 보낸다 하더라도 국민들은 더 이상 반응하지 않는 좀비 현상이다. 좀비는 죽은 시체와 같다는 의미다.
앞으로 아베노믹스는 많은 변화를 예고해 주고 있다. 이럴 때 중소기업인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대목은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다. 올 하반기에는 대기업과 동반자적 관계설정의 일환으로 사내 선물환 제도를 운영하거나, 환율변동보험에 가입해 앞으로 더 커질 환위험 관리에 특별히 신경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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