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경우 한 학기에 한번은 학생들과 기업현장을 방문하는 것이 오랜 관행이 되고 있다.
지난 5월에도 한국경제론 시간에 대구 성서공단 안에 있는 아진엑스텍(주)이라는 강소기업을 찾았다. 스마트폰이나 로봇 안에 들어 있는 컨트롤러를 생산하는 국내 제일의 모션제어기기 전문개발 기업이다.
매출액의 10%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첨단기업으로, 기술개발만 전담하고 생산은 아웃소싱을 하는 고부가가치 중소기업이다. CEO와 경영지원팀장 두 사람만 경상계 출신이고, 나머지 인원은 모두 공대 출신들이다. 김창호 사장은 보험업계에 10년을 근무하다가 36세에 창업해 18년간의 천신만고 끝에 성공신화를 일구었다.
이 글은 이 회사를 소개하는데 목적이 있지 않다. 산업현장을 둘러보고 CEO와의 대화의 시간을 가진 뒤, 나에게 제출한 소감문에서 확인된 학생들의 반응을 알리고 싶을 뿐이다.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백번 강의하기보다 한차례의 현장견학이 더 큰 효과를 거둔 것 같다.
소감문에 의하면 첫째로 중소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을 근본적으로 바꾸게 됐다고 한다. 중소기업이라고 하면 으레 규모가 작고, 기술력이 취약하며, 성장전망도 없는 별 볼일 없는 존재로만 생각했는데, 그 인식을 완전히 새롭게 하게 됐다는 반응이다.

‘中企·창업’새롭게 인식하는 계기

졸업을 하면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취업하거나 공무원 등 안정된 직장을 선호했었는데, 이번 견학을 계기로 꿈과 희망이 있는 중소기업으로 취업을 고려하게 됐다고 한다. 매우 의미 있는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둘째는 창업은 독특한 기술이나 재력, 배경이 있는 사람들만 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자기도 꿈과 끼를 창업 쪽으로 돌릴 마음이 생겼다는 학생이 여러 명 있었다. 이 회사의 CEO가 경상계 출신인데, 기술력 위주의 회사를 일구어 낸 것이 대단히 신기한 모양이다.
김 사장의 도전정신과 기업가정신이 후배들의 창업의지를 크게 자극시킨 것이 분명하다. 학생들은 “창업 시에는 무엇보다 사업계획서를 꼼꼼하게 체계적으로 잘 만들어야 한다” 는 선배의 말을 가장 인상 깊게 받아들이고 있다.
매학기 느끼는 일이지만 산업시찰은 학생들에게 중소기업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아주고, 창업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효과가 매우 크다.

꿈과 희망 中企서 펼치도록 해야

지난 4월 하순부터 서울에서는 중소기업중앙회와 시교육청이 협력해 11개 중학교 2600여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청소년 진로체험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직업세계의 다양성을 이해시키고, 청소년들의 꿈과 끼를 중소기업의 가능성과 연계하도록 유도하는데 목적이 있는데, 그 효과가 크게 기대된다.
중소기업이 국민경제의 가장 큰 주역이자, 혁신의 주체임을 선양하기 위해서는 초중등과정에서 대학교육에 이르기 까지 전국적인 차원에서 보다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추진해주길 바라고 싶다.
초중등 학생들의 경우는 각 지역의 중소기업단체나 상공회의소가 중심이 돼, 교육청과 연계해 강소기업 체험활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중소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따사롭고, 도전정신을 배양해야 경제발전의 큰 기둥이 될 수 있는 법이다.
대학 차원에서는 산학협력단을 중심으로 지역의 경제단체와 공동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산업시찰, 인턴제도의 활용, 공장 봉사활동(工活), 취업박람회의 개최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으로의 취업과 창업을 선호하는 풍토와 문화가 정착돼야 비로소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는 것이다.

최용호(경북대학교 명예교수, (사)산학연구원 이사장)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