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창원에서 중소기업을 30년 넘게 운영해온 사장님을 만난 적이 있다. 그 분 말씀이 1997년 IMF 외환위기는 어떻게 극복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는 회사 운영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정부기관, 금융회사 등에 세금감면, 자금조달 등의 지원을 요청했지만 헛수고였다는 것이다.
그 분은 정부가 바꿔드림론으로 가계대출 금리를 낮춰주고 연체자는 채무 감면까지 해주면서 성실하게 세금을 내며 중소기업을 운영한 본인에게는 지원이 없다고 했다.
지난 30년간 회사를 운영하며 낸 세금이 현재 본인의 사업을 정리하고 남는 금액보다 많다는 인생무상의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지금이라도 회사를 정리하고 노년을 행복하게 지내는 게 어떠냐고 반문했더니 지금 회사 문을 닫게 되면 30여명 되는 종업원의 생계는 누가 책임지느냐며 회사 빚이 늘어나도 쉽게 정리할 수도 없다고 했다.
그동안 정부는 다양한 중소기업정책을 시행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는 은행 대출심사 강화로 중소기업 자금난이 심화되자 ‘패스트 트랙(Fast Track)’, ‘총액대출한도 확대’, ‘신용보증 확대’ 등의 자금공급방안을 마련했다. 그 결과 2009년 중 은행의 대기업 대출이 5.2조원 감소한 반면, 중소기업 대출은 19.7조원 증가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중소기업인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정부지원의 체감온도가 높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 중 집행된 중소기업 자금지원이 한시적으로 이뤄져 여전히 경제여건 불확실성이 높은데도 정부정책이 종료된데 주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책 종료 이후의 기업 대출을 보면 한시적 자금지원의 한계가 확연히 드러난다.
2010년 중에는 은행의 대기업 대출이 12조원이었던 반면, 중소기업 대출은 0.9조원 감소했다.
또한 2011년~2012년 중 은행의 대기업 대출이 55조원에 달했으나 중소기업 대출은 17조원으로 대기업의 3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쳤다. 물론 17조원이 작은 규모는 아니지만 323만의 중소기업 입장에서 볼 때 충분한 자금이 공급됐을지는 의문이다.
현 정부가 지난 2월말 발표한 5대 국정목표 중 첫 번째가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였는데, 이를 위한 추진전략으로 ‘중소기업의 창조경제 주역화’가 선정됐다. 세부 국정과제로 ‘중소기업 성장 희망사다리 구축’, ‘중소·중견기업의 수출경쟁력 강화’, ‘창업벤처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등이 발표됐다.
또한 3월말 발표된 ‘2013년 경제정책방향’은 ‘중소기업의 중고설비교체 자금지원’, ‘창업 초 중소기업 자금조달여건 개선을 위한 ‘코넥스(KONEX)시장 개설’, ‘크라우드펀딩 도입’, ‘중소기업 기술이전에 대한 세제지원’ 등 다양한 정책과제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 과제 실현을 위해 여러 관련 부처에서 세부 실천계획들을 마련하고 있다.
이와 같이 지속적인 자금지원 정책과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정책이 제시되고 있는 점은 매우 바람직하고 희망적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과거와 같이 중소기업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할까 염려가 되기도 한다.
이를 되풀이 하지 않기를 바라며, 현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정책이 중소기업인들의 피부에 와 닿는 집행이 돼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상연(한국자산관리공사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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