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츠이야기를 조금 더 해볼까 한다. 일반적으로 수트(suit)에는 가능한 한 반소매 셔츠를 입지 않는다. 긴소매 셔츠를 입는 것이 수트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더운 여름에는 반소매 셔츠에 그나마 격식을 차리기 위해 타이를 매곤 하는데, 그리 권장할 만한 정장 차림은 아니다. 그러나, 직업과 그 나라의 기후에 따라 적절한 융통성은 가능하다.
또한 정장시 셔츠 속에는 아무 것도 입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원래 셔츠는 속옷의 대용으로 시작됐기 때문에 순면소재만을 고집해 왔다. 그렇다고 여름철에 속살이 비친다거나 땀이 찬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각 나라의 문화나 계절적인 요소에 따라 조정할 여지는 있다. 다시 말해서 한국, 일본과 같은 보수적 문화권에서 속옷을 받쳐입거나, 필리핀 같은 더운 나라에서 기후영향으로 그러하는 것은 조롱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 나라의 문화적, 기후적 특성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영화 ‘어느 날 밤에 생긴 일’에서 매력적인 배우 클라크 게이블이 맨몸에 셔츠를 입어 당시 미국남자들의 옷차림에 큰 변화를 가져왔던 적이 있다. 영화에서 그가 셔츠를 벗었을 때 속셔츠를 입지 않은 맨 몸이었던 것이다. 클라크 게이블로 인해 시작된 ‘맨 몸에 셔츠입기’가 오늘날에는 일종의 격식처럼 됐지만, 원래 셔츠가 생겨날 때부터 속옷의 기능으로 만들어진 것을 유명배우와 상술이 만나면서 유행이 된 것이다.
셔츠의 목둘레와 소매는 상의 밖으로 1∼1.5㎝ 정도 나오도록 입는다. 상의를 보호하려는 경제적인 이유와 이중 색으로 산뜻하게 보이기 위함이다.
목둘레는 너무 꼭 맞는 것보다는 0.5㎝ 정도로 조금 여유 있는 것을 선택한다. 목둘레가 너무 조이면 타이 매듭 있는 자리가 벌어지게 되고 답답해 보인다. 반대로 캐주얼 셔츠로 착각해서 헐렁하게 단추까지 풀어 놓고 입는 것은 단정치 못한 인상을 준다. 셔츠의 품은 너무 크지 않아야 한다. 너무 큰 셔츠는 수트나 재킷의 선을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길이는 벨트 아래로 적어도 15㎝ 정도는 내려와야 움직일 때 셔츠가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소매길이가 너무 길 때는 리스트 밴드를 이용, 소매를 접어 올리면 된다. 즉 소매가 긴 것은 상관없지만, 짧으면 달리 대책이 없다.
이렇듯 셔츠란 보이지 않는 부분들도 수트에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에,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소홀히 했다가는 금새 옷매무새가 틀려져 버릴테니 항상 신경을 쓰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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