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가 넘치는데도 중소기업에는 사람이 오지 않는다고 한다. 기업인들은 구직자들의 높은 눈높이를 탓하고 구직자들은 중소기업의 열악한 근로조건과 보이지 않는 미래비전을 탓한다. 양쪽 다 일리가 있지만 서로의 인식이 너무 엇갈리다 보니 해법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된 이유는 다양하지만 중소기업을 취업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것도 한 가지 이유일 것이다. 꿈많은 청년구직자들이 급여도 낮고 미래비전도 안보이고 경영도 불투명한 중소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면 처음에는 답답하고 막막한 느낌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별다른 대안이 없어 결국에는 마지못해 중소기업의 문을 두드리게 되지만, 제대로 준비해 알고 들어간 곳이 아니다 보니 입사해 곧바로 실망하고 이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업 입장에서도 열정이 느껴지지 않고 필요로 하는 실력을 갖춘 것도 아닌 구직자들에게 별로 애정이 가지 않는다.
중기는 성공창업 위한 사관학교
이렇게 서로 평행선을 달리는 기업과 구직자들을 어떻게 하면 한자리로 모을 수 있을까. 필자는 그 해법으로 현재의 취업 중심 패러다임을 창업 중심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중소기업에 들어가는 것을 취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생각하자는 것이다.
중소기업에 들어가 당장 받는 급여가 낮아도 중소기업 근무를 통해 창업에 필요한 기술과 영업과 조직관리를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 구직할 때나 재직할 때나 훨씬 더 적극적인 마인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업도 그런 기업가정신을 가진 인력이 들어온다면 얼마나 고맙겠는가. 나아가 창업의 비전을 갖고 중소기업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은 인력이 창업한다면 지금과 같은 준비가 안된 창업이나 생계형 창업이 아닌 경력형 창업이나 성장형 창업이 이뤄져 창업의 질도 크게 높아지고 실패기업인의 수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취업 중심 패러다임을 창업 중심 패러다임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구직자, 기업, 교육기관, 정부 등 관련주체 모두가 기존의 사고와 관행을 전면적으로 바꾸는 혁신이 필요하다. 먼저 청년구직자들은 당장 받는 급여가 높은 중소기업이 아니라 먼 장래를 내다보고 창업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중소기업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창업능력 배양토록 적극 지원해야
어차피 급여도 낮고 고용도 불안하고 미래비전도 취약한 중소기업이라면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철저히 창업을 위한 훈련의 장으로 활용하라는 것이다. 기업은 청년구직자들에게 창업을 통한 미래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취업해서 소극적으로 일하는 사람보다는 창업을 목표로 적극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기업에게도 훨씬 더 도움이 될 것이므로 창업비전의 제시는 수지맞는 장사가 될 것이다.
교육기관은 현실적으로 취업할 확률이 높지 않은 대기업 취업에 노력하기 보다는 창업능력을 키워줄만한 중소기업을 발굴해 취업시키는 노력을 하는 것이 학생들에게 훨씬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도 중소기업에서 경력을 쌓고 창업하면 독일의 창업마이스터와 같은 자격을 부여하고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을 통해 중소기업취업과 경력형 창업이 적극적으로 선호되는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
이렇게 취업 중심 패러다임이 창업 중심 패러다임으로 변화된다면, 우리 경제의 오랜 현안과제인 인력수급 미스매치 해소는 물론 창조경제가 목표로 하는 70% 고용률 달성에 필수불가결한 창업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도 돌파구가 열릴 수 있을 것이다. 창조경제는 기존의 사고와 관행을 뒤집는 창조적 혁신에 의해서만 실현될 수 있다.
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