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슬러는 1845년에 설립된 장수 기업으로 4대째 오너 경영을 하며 주방용품 전문 브랜드의 대명사로써 확고한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휘슬러 제품은 냄비, 압력솥 한 개의 가격이 수십만원에 달하는 고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이 갖고 싶은 혼수품 1위, 세대를 초월해 딸에게 물려주는 제품으로도 유명하다.
실용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주방제품 특성상, 고가의 제품이 깐깐한 안목을 지닌 여성들에게 이 같은 명성을 갖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휘슬러의 경쟁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첫째, 경쟁사를 압도하는 독보적인 기술력과 100% 자체생산을 고집하는 장인정신이다.
휘슬러는 매년 매출액의 6~8%를 R&D에 투자한다. 자동차나 IT기업의 평균 5%를 뛰어넘는 수치다.
이같은 과감한 R&D 투자로 휘슬러는 200여건에 달하는 특허를 획득하고, 차별화된 기술력과 소재 개발로 시장에 전면승부를 펼칠 수 있었다. 대표적인 예로는 단열소재 손잡이, 열판의 가장 자리가 본체를 감싸도록 만든 캡슐공법, 바닥 면을 오목하게 만들어 열효율을 극대화 시켜주는 오목공법 등이 있다.
또한 휘슬러는 생산공장을 해외로 이전하지 않고 독일 현지생산을 끝까지 고집하고 있다. 브랜드 이미지나 노동자들의 숙련도나 충성심을 감안한다면 해외로 나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둘째, ‘소비자가 원하면 반드시 만들어낸다’는 고객 중심주의이다. 휘슬러가 한국 소비자만을 위해 디자인한 제품이 있다. 현지 소비자들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대부분 가스레인지를 쓰고 찜이나 전골요리가 많은 한국음식의 특성을 감안해 손잡이는 더욱 길게 냄비 뚜껑은 더 높게 만들었다. 또, 밥맛을 중시하는 한국인 특성에 맞춰 압력조절 단계를 다른 나라보다 한 단계 많은 3단계로 개발했다.
셋째, 모듈생산 체제이다. 휘슬러의 전 직원은 722명에 불과하지만 500여종의 제품에 대해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를 유지해오고 있다. 이는 모듈 생산방식 때문에 가능하다.
각 제품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뚜껑, 손잡이 본체를 다양하게 디자인한 후 현지 소비자의 특성에 따라 결합시켜 조립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비용도 절감하고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168년의 긴 역사 동안 ‘언제나 완벽하라(Perfect every time)’라는 브랜드 이념을 한결 같이 고수하고 있는 휘슬러.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준환(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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