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경제의 활력 저하가 우려되는 가운데 국가간 환율전쟁 분위기가 고조되는 등 각국의 자국기업 보호 노력이 확산되면서, 글로벌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포춘 글로벌 500 기업의 2011년 평균 순이익률이 5.5%에 그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비해 1%포인트 이상 하락했으며, 10%가 넘는 58개 기업이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의 건전성도 악화되는 추세이다.
이에 글로벌기업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전략을 펼치고 있는데 삼성경제연구소가 다양한 자료원을 활용해 최근 글로벌기업의 사업, 경쟁전략의 공통적인 특징을 도출한 결과, 7개의 주요 트렌드가 발견됐다.

‘쇄신·모색’으로 신흥시장 진출 노린다

첫번째는 쇄신(Renewal)이다. 다수의 글로벌기업이 사업 포트폴리오 재정비와 재무 및 조직구조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수익성 제고와 현금 확보를 위해 실적이 부진한 사업을 매각하고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는데, 특히 소니(배터리), 파나소닉(디지털카메라, 휴대폰), 샤프(해외 TV공장) 등 경영난에 봉착한 일본 전자기업들의 사업매각이 가속화 되고 있다. 한편, 상당수 글로벌기업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브랜드를 리포지셔닝하거나 리뉴얼함으로써 이미지쇄신 및 매출 증대를 모색하고 있기도 하다.
두번째는 모색(Exploration)이다. 시장규모 자체의 확대에 기반한 기업의 성장기회가 제한되면서, 신사업 추진 및 사업확장 시도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 헬스케어 등 유망 사업분야에 글로벌기업들의 진입시도가 확대되고 있는데, 올 4월 GE는 에너지사업 확대를 위해 유전 관련 필수 장비업체 루프킨을 33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으며,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 전자기업은 헬스케어 사업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신수익원 창출을 위해 기존 비즈니스모델을 변형하려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는데,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 소프트웨어 ‘오피스 365’를 임대방식으로 판매하고 있다.
세번째는 글로벌 경영기능 재배치(Re-alignment)의 확산이다. 우선, 선진 글로벌기업에 의한 생산기지 본국이전, 즉 리쇼어링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인건비 상승, 법인세 인상 등으로 중국, 인도 등 기존 글로벌 생산거점 국가들의 경영여건이 악화되고 있는데다, 법인세 인하 등 일자리 창출을 위한 각국 정부의 유인책이 더해지면서 구미, 일본기업을 중심으로 리쇼어링이 확대되고 있다. 반면, 신흥국기업의 자금력과 기술력이 증가하면서 이들에 의한 선진국내 R&D 센터 설치도 확대되고 있다. 중국의 하이얼은 일본 내의 연구개발 기능을 강화해 글로벌  고부가제품 개발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네번째 트렌드는 미래성장을 위한 승부처로서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신흥시장에 대한 관심이다. 2018년까지 세계 판매대수 1위를 목표로 설정한 폭스바겐은 그 실현을 위한 주요전략으로 ‘신흥국 전향’을 제시했다. 도요타는 올해 초 사업부를 4개로 통폐합하면서 중국, 라틴아메리카 등 신흥시장을 전담할 사업부를 별도로 편성했다. 특히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높은 수준의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진출을 확대하려는 글로벌기업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다섯번째는 업종구분 없는 새로운 연합(Coalition)전선의 확대이다. 최근에는 기업들이 연합해 경쟁하는 진영경쟁이 확대되면서 새로운 경쟁구도가 나타나고 있다. IT 기술과 전통제품을 결합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고, 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이종기업간 연합이 확대되고 있는데, ‘나이키+’를 출시한 애플-나이키 연합과 이에 대응해 ‘Talking Shoe’를 내놓은 구글-아디다스의 웨어러블 대결이 대표적인 예이다.
여섯번째는 기술-제품, 경영기능간 융합(Convergence)이다. 예를 들어, 기존 사업에 빅데이터 분석을 연계해 효율성 개선 및 신사업 창출을 모색하려는 노력이 제조기업, IT 기업 양측에서 모두 출현하고 있다. GE는 소프트웨어, 데이터 분석 등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산업용 인터넷(industrial internet)’의 승자로 등극하겠다고 선언했다.
마지막 일곱번째 트렌드는 싸고 매력있는(Cheap & Competitive) 제품과 서비스 제공노력의 확대이다. 최근 글로벌기업들은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저가제품 출시를 확대하고 있다. 단순한 저가가 아니라, 차별화 요소를 함께 갖춘 제품을 원하는 ‘똑똑해진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의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글로벌기업의 다양한 전략동향은 한국기업이 글로벌 경쟁판도 변화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경쟁의 룰에 변화가 발생하는 ‘구조적 단절기’에는 새로운 기업의 핵심 포지션 선점 등 오히려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는 점 또한 염두에 두고, 긍정적인 자세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다수의 기업이 빠져있는 ‘평균의 함정’을 빠져 나와 어떻게 고객에게 차별화된 제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외부역량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혁신방법을 모색하며, 신중하게 선택한 지역과 사업에 대해 사활을 걸고 투자를 추진하는 글로벌기업에 대응하기 위해서 우리도 신중한 사전분석에 바탕을 둔 ‘계산된 위험감수’를 확대해야 한다.

강한수(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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