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백숲

국내의 편백나무 숲이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건강에 관심이 많은 요즈음, 전국의 편백 숲은 큰 관심꺼리다. 이미 전남 장성의 편백 숲은 아토피 등 치유의 숲으로 소문나 있고 그 후발로 전남 장흥에서도 편백 숲을 홍보하고 있다. 전주 시가지와 가까운 상관면에도 편백나무 숲 군락지가 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든다. 더위가 밀려드는 요즘, 시원한 편백숲으로 떠나보자.

아주 우연찮게 전주 시내를 배회하다 ‘상관면 편백나무 삼림욕장’이라는 팻말을 보게 된다. 도심에서 멀지 않은 거리 표시에 그저 호기심으로 찾아 나선다. 네비게이션은 여느 시골 마을로 길 안내를 하고 있다. 특별나지 않은 시골 마을을 지나친다.
마을 주차장에 다달아서야 편백나무 숲은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마을을 소개하는 안내 그림도를 보면 걷는 코스가 일부러 마을 안길을 비껴서 만들어져 있다. 코스 선택은 자유다.
20여 가구 정도가 살고 있는 이 마을은 일명 공기마을이라고 일컫는다. 편백나무 숲이 우거져, 공기가 맑아 ‘공기마을’이라고 칭하는 것일까? 아니다. 마을이 밥공기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이다.
이 마을의 편백 숲은 1976년 당시 박정희 정부가 추진한 산림녹화사업의 일환으로 심어졌다. 개인 소유 면적이 30만평, 산림청 소유 숲을 합하면 50만평에 이른다. 30~40년 된 편백나무가 10만 그루가 식재돼 있다. 수령이 오래되지 않은 만큼, 당시 나무를 심었던 노인들이 여전히 마을을 지키고 있다.
예전, 이 편백 숲은 그저 마을 뒷산에 있던 나무였을 뿐이었다. 그러다 ‘눈썰미’ 있는 면장에 의해 개발되기 시작한다. 개발이라야 임도와 오솔길, 주차장 등을 만든 것 뿐. 그런데 의외로 찾아드는 이용객들이 많아졌다. 전주시내에서 멀지 않은 입지조건도 적효한 듯하다.
그동안 도외시하던 주민들도 늘어나는 관광객들을 보고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지금은 임도 6㎞, 오솔길 4㎞에 달하는 산책로가 편백 숲 사이로 그림같이 이어진다. 이 숲에서 영화 ‘최종 병기 활’이 촬영되기도 했다. 주인공 박해일과 몽고 장수가 서로 활을 겨누며 맞섰던 장면이다.
마을과 가장 가까운 쪽에 있는 편백 숲으로 오른다. 나무로 만든 다리를 건너 계단을 따라 숲에 오르면 어찌나 나무들이 빽빽한지 온 사위는 어둑하다. 수령은 오래되지 않았지만 하늘 향해 곧게 올라간 나무가 완전한 그늘을 만들어준다. 숲속으로는 좁은 오솔길이 이어진다.
곳곳에 놓인 평상, 벤치에 앉아 삼림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오랫동안 숲체험을 즐기기 위해 무릎덮개나 책 한권을 준비해오는 사람들도 많다. 이 편백 숲은 그저 ‘걷기만 하는 숲’이 아니라 ‘머무는 숲’으로 이용된다.
무엇보다 느껴지는 기분이나 체감 온도가 달라진다. 서늘하면서도 청신한 기운이 온 몸을 감싼다. 금세 건강해질 것 같은 착각은 착각이 아닐 수 있다. 실제로 많은 환자들이 치유의 숲으로 이용하고 있다. 편백나무는 ‘피톤치드’ 발생량이 많다. 편백이 뿜어내는 피톤치드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혈중 농도를 절반 이상 줄여주고 면역력을 높여 아토피 피부염을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단다.
그래서 전국 편백 숲은 ‘치유의 숲’이라는 타이틀을 얻는다. 건강과 여름 더위를 이길 수 있는, 일석이조의 편백 숲. 여름 휴가지로 부족함이 있을까?
거기에 이 마을에는 자랑거리가 또 있다. 바로 유황 편백탕이다. 삼림욕장 계곡 근처에 유황온천 족욕장이 꾸며져 있다. 편백나무로 탕을 만들었는데, 물을 떠서 코에 갖다 대면 달걀 냄새가 나고 물을 만져보면 매끌매끌하다. 수온이 낮아서 여름철 즐기면 더욱 좋을 듯하다. 이곳에 유황천이 있다는 것은 신기할 일도 아니다.
왜냐면 한때 유황온천으로 이름을 날리던 죽림온천이 근처에 있다. 개발당시에도 수질에 대한 진위여부로 말이 많았던 곳이지만 ‘진짜 수질’이었음을 증명해주는 듯하다. 아쉽지만 죽림온천은 문을 닫았다. 대신 이 마을 곳곳에 유황천을 내세우는 펜션들이 있다. 이곳에서 만난 암 환자는 이곳에 머물면서 장기요양을 한다고 했다.
편백나무 숲 체험을 하고 크지 않은 마을 고샅을 한갓지게 돌아다니다가 관심을 끌어당기는 인물을 만난다. 조선 후기의 유명한 서예가 이삼만(1770∼1847) 선생이다. 창암 선생의 고향이 이곳은 아니다. 정읍 출생이지만 만년에는 이곳에 살면서 완산(完山)이라고도 호를 썼다. 선생은 어린 시절에 당대의 명필이었던 원교 이광사에게 글씨를 배웠다. 어릴적, 집안은 부유했지만 글씨에만 몰두해 가산을 탕진했다. 병 중에도 하루 천자씩 쓰면서 “벼루 세개를 먹으로 갈아 구멍을 내고야 말겠다”고 맹세하였다고 한다. 글씨를 배우려는 자에게는 점 하나, 획 하나를 한달씩이나 가르쳤다고 한다. 그가 알려지게 된 것은, 전주에 온 부산 상인의 장부에 쓴 글씨 덕분이었다. 상인이 작품 감상가에게 장부를 보이게 되면서 필명이 높아졌다.
특히 초서를 잘 썼으며 그의 서체를 창암체라 하였다. 하동 칠불암의 편액, 전주판 칠서(七書), 해남 대둔사 가허루, 구례 천은사 회승당과 보제루, 전주 송광사의 명부전, 곡성 태안사의 배알문 등 전국 곳곳 사찰에는 그가 쓴 편액이 많이 남아 있다.
그런데 이 마을에서 선생의 흔적을 찾기란 쉽지가 않다. 말년에 거했던 집터는 풀이 우거져 사람 접근을 어렵게 한다. 그 풀숲에 외롭게 ‘창암 이삼만 선생 고택지’라는 이름이 새겨진 돌표지석 한 기가 있을 뿐이다. 사람 흔적을 보여주려는 듯, 무너진 담장 돌, 감나무, 머윗대가 봄이면 피어난다. 마을의 ‘창암정(蒼巖亭)’이라는 정자도 조악하기 이를데 없다. 아쉽고 아쉬워라.

■여행정보
○주소  : 전북 완주군 상관면 죽림리 산 214-1번지/주차비 : 2000원
○찾아가는 방법 : 호남고속도로 익산갈림목에서 익산-장수간 고속도로로 갈아탄 뒤 완주나들목으로 나온다. 전주 방면 우측 도로로 접어들어 17번 국도를 따라 전주역과 아중역을 거쳐 상관면 소재지를 지나 호반약국 앞에서 우회전해 들어가면 된다.
○별미집 : 호림이네집(063-285-4007, 완주군 상관면 신리역 인근)는 다슬기돌솥밥(15000원)이라는 독특한 메뉴를 내놓는다. 간판조차 변변치 않은 시골 외딴집. 그럼에도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상차림을 받을 수 없을 정도로 인기다. 25가지 정도의 웰빙 반찬이 차려지고 직접 채마밭에서 농사 지은 농산물을 이용한다. 부추무침, 무나물 등의 나물을 넣고 짜지 않고, 맛이 좋은 다슬기 간장을 끼얹어 비벼 채소와 함께 싸 먹는 게 방법이다. 아주 맛이 좋아 놓치면 아쉬울 맛집이다. 
○주변 볼거리 : 근처에 정여립(鄭汝立, 1546∼1589) 출생지(완주군 상관면 월암마을)가 있다. 생가는 오간데 없고 그 옆에 조악한 정자가 있을 뿐. 대신 정여립이 진안 죽도까지 걸어갔던 길은 순례 길이 되었다. 마재봉(312m)~달래봉(436m)을 넘어서면 수원지로 이어진다. 또는 마재골 물머리를 거쳐 상류 소대판마을까지 이어지는 길도 같이 있다.  

글·사진  이신화  http://www.sinhw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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