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민(한양대 교수)

갈등(葛藤)의 본래 의미는 ‘칡넝쿨(葛)과 등덩굴(藤)’이다. 즉 갈등의 어원은 시계 방향으로 감싸 올라가는 등나무줄기와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아 올라가는 칡넝쿨이 한데 엉켜 있는 복잡한 상태에서 비롯된다. 반면에 갈등을 의미하는 영어의 conflict 어원은 ‘서로(con) 채찍(flail)으로 후려치기(ictus)’, 즉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대립적 상황에서 유래된다. 
그러므로 동양적인 의미에서 갈등의 해결 방식은 당사자들의 이해관계를 구분하고 맥락(context)을 파악해 얽힌 실타래를 푸는 단초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서양적인 관점에서 당사자들이 대립해 한 편이 무릎을 꿇고 다른 한 편이 승리하는 모양새를 보인다.
경제개발이 본격화된 이후 합리성과 성과주의를 추구해 온 한국사회가 강하게 서양적인 가치를 쫓아왔기 때문인지, 언제부터인가 우리에게 전통적인 동양적 갈등해결 의미는 온데 간데 없고 격렬하고 선명한 서양적 갈등 해소 이미지만 강렬하게 남아 있다.
보다 성숙하고 균형잡힌 사회로 나아가려면, 상대방을 굴복시켜야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대립적 관점에서 탈피해 얽힌 실타래를 풀고자 하듯이 모순의 내재적 맥락을 간파하고 단초를 찾기 위해 인내하는 노력이 시급하고도 절실하다.

대립적 관점 탈피 노력 있어야

최근 한 일간지에서는 갈등기획이라는 제목으로 일련의 기획기사를 선보였다. 여기서 갈등은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확대 방안과 관련한 논란을 말한다. 핵심내용은 지난해 확대한 생활밀착형 서비스업에 이어 향후 적합업종을 여타 서비스업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이러한 확대 방안에 대해 대기업들은 주로 경기침체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논리를 갖고 적합업종 확대 시도에 ‘신중론’을 펼치며 맞서고 있다. 반면에, 중소기업들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순이익률 격차 확대를 근거로 제기하며 적합업종 확대의 ‘불가피론’을 내세운다.
과거에 중소기업 고유업종 선정의 영향에 대해 신중론자들은 주로 조명산업의 사례를 제시하며 외국계 기업이 국내시장을 잠식하는 부정적 결과에 초점을 두고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불가피론자들은 중소기업 고유업종이 규제되지 않았을 때에 두부시장의 사례와 같이 대기업의 강력한 마케팅 실행력이 중소기업의 시장을 잠식했던 문제를 거론한다.

갈등 해소에 인내와 소통 필요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의 향후 효과에 대해서도 양측은 첨예한 예측의 차이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 신중론자들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은 양질의 제품과 서비스가 저렴한 가격에 제공되지 못해 사회적 효율성을 저하시키고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시키는 부작용을 낳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불가피론자들은 한국경제의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 평가하고 산업생태계의 건강한 질서 확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
진실은 어디에 있을까. 아마도 극단적인 신중론자와 불가피론자 사이에 있을 것이다. 횡단적으로 보면 어떤 시기에 신중론자의 예측이 들어맞고 다른 단계에서 불가피론자의 우려가 현실화될 것이며, 종단적으로 보면 양측이 주장이 모두 옳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에 신중론과 불가피론 간의 논의는 얽힌 실타래를 풀듯이 건강하고 생산적이다.
우려되는 바는 신중론을 위장해 적합업종을 폐지시키고자 하는 원천적 반대론과 불가피론을 가장해 아무런 고민 없이 적합업종을 확대하려는 기계적 찬성론이 대두해 서로 상대를 굴복시키고자 정면으로 대립하다가 또 다른 사회의 상처를 양산하는 것이다. 종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확대의 불가피성을 신중하게 확인하는 인내와 소통이 필요하다.

이상민(한양대학교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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