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윤재- 한국중소기업학회 회장/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지난 6월에 국내의 S신문사 주최로 국내 중소기업의 해결책을 국내 강소기업을 통해서 찾아보자는 취지로 세미나가 열렸다. 그날 일반인들에겐 다소 생소한 분야지만 각 영역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술력과 탄탄한 재무구조를 지닌 강소기업(히든챔피언)들의 사례발표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감동적이면서 현 정부에서 강조하는 창조경제와도 잘 어울리는 여성 벤처기업인 K 사장을 소개한다. 창업한지 12년이 지난 지금 매출액이 100억원에 이르며, 경력단절 여성 80여명의 주부사원을 고용해 지역사회에도 크게 공헌하고 있다.
K 사장은 2001년도에 가발업종으로 창업을 했다. 하필이면 그 많은 업종 중에서도 가발인지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K 사장의 설명을 듣고는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었다. 국민소득이 증대됨에 따라 사람들은 패션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패션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의류다. K사장은 가발을 머리에 ‘입히는 옷’으로 생각했다. 멋진 패션의 옷을 입는 것처럼 머리에도 패션가발을 입히자는 의미에서 ‘헤어웨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었다.

가발에 패션입혀 새시장 창출
그런데 창업이 어디 쉬운가. 안정적인 직장에 나가는 남편을 둔 덕택에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살림만 하던 전업주부가 대표적 사양산업인 가발창업에 누가 창업자금을 지원해주겠는가. 더구나 마케팅, 세금, 이자율 등 기초적인 경영이나 경제지식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했고 공부한 적도 없었다.
그녀는 어느 지방대학의 철학과 출신이었다. 창업하기 불리한 조건은 다 갖추고 있는 셈이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어느 누구도 귀를 기울여 주지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 남편조차도 K사장 편이 아니었다. 
철학과 출신답게 평소에 “어떻게 인생을 사는 것이 보람있는 일인가”에 늘 고민하곤 했다고 한다. 그 대안으로 창업을 결정했고, 고민 끝에 찾아 낸 것이 사양업종인 가발이었다. 단순한 가발이 아닌 멋진 패션가발로 대머리 아저씨들의 고민을 덜어주면 보람찬 일이라고 생각했다.

차별화된 영역창출이 성공창업 열쇠
그 말을 듣는 순간 필자의 한 지인이 생각났다. 그는 언제나 사람을 처음 대면할 때 습관적으로 머리를 쳐다본다는 것이다. 본인이 대머리인 관계로 자기도 모르게 앞 이마부분에 눈이 제일 먼저 간다는 것이다. 이런 분들에게도 멋진 ‘머리 옷’를 선사한다면 얼마나 보람있겠는가 하는 소박한 생각에서 창업했다는 것이다.
그는 창업 후 남들이 겪는 어려움을 다 겪었지만 이제는 성공한 사장님이고 사업도 본 궤도에 올라 차별화된 영역에서 강소기업이 됐다. K 사장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기업가정신의 표상을 보는 것 같았다.
유대인 출신의 유명한 기업가정신 이론개척자인 커즈너의 정의가 떠오른다. 커즈너에 의하면 기업가정신이란 다름 아닌 ‘기민한 발견’이란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알아채지 못하지만 기민한 관찰자에겐 이익원천에 대한 확신이 생기고 남보다 앞서 ‘기민하게 포착하는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다.
K 사장은 가발이란 한물 간 사양업종이지만 ‘가발 옷’이 될 수 있다는 미래의 기회를 한 발자국 앞서 포착했다.
오늘도 수많은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은퇴해 자영업자로 창업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 음식, 숙박, 소매업 등 비슷비슷한 업종에서 차별화되지 않은 비즈니스 모델로 창업해 실패하는 사례가 너무 많다. 우리나라의 자영업 비율은 OECD 국가 중에도 매우 높다.
창업엔 차별성이 생명이다. 돈 걱정보단 차별성을 먼저 심각하게 고민하고 창업해 제2의 K 사장이 많아 나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것이 창조경제의 기초가 아닌가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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