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이츠헤드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북방의천사'.

한해에 도시 전체 인구의 열배가 넘는 관광객이 찾는 도시가 있다. 거대한 날개 형상의 랜드마크와 세계적인 콘서트홀을 찾아 매년 2백만명의 관광객이 몰려든다.
놀라운 것은, 이곳은 40여년전만 해도 철강과 석탄 위주의 산업 도시였다는 것이다. 바로 영국 북동부 해안의 소도시 게이츠헤드의 이야기다. 게이츠헤드는 산업혁명기 철도레일 수출의 거점이었으나, 70년대 대처 정부의 광산폐쇄 정책으로 몰락, 실업률이 20%를 웃돌며 위기를 맞는다.
90년대 들어 게이츠헤드는 문화시설 건립과 교육을 통해 재도약을 계획한다. 게이츠헤드의 재기는 현재 도시의 랜드마크가 된 ‘북방의 천사’ 건립과 함께 시작됐다. 길이 54미터, 높이 20미터의 이 초대형 조형물은 조각가 안토니 곰리의 작품으로, 거대한 규모와 상징적 형상으로 완공 후 영국 최고의 공공미술품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막대한 자금 소요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이 있었지만, 세금 대신 외부자본을 유치하고 예산 집행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오늘날 ‘북방의 천사’는 연간 15만명이 찾는 명소가 됐으며, 주변 공공미술 작품과 함께 도시의 르네상스를 주도하고 있다.
게이츠헤드의 변화를 주도한 또 다른 명소는 세계적 수준의 음악당 ‘세이지 뮤직센터’다. 과거 석탄과 밀가루를 운반하던 선착장 부지에 건설, 2004년 개관한 이곳은 최고의 음향 수준을 갖춘 하이테크 건축물을 표방한다.
특히, 최첨단 설비를 갖춘 메인 콘서트홀은 세계 10위권의 음향 수준과 3위권의 규모를 자랑한다. 약 7000만파운드(약 1300억원)가 투입된 이곳은 연 450회의 공연을 소화하고 100만명이 방문한다. 그러나 이곳의 성공은 최첨단 설비 때문만은 아니다. 게이츠헤드 도심재생 담당자는 “세이지 프로젝트는 단순히 물리적 건물을 건축한 것이 아니라, 사람에 기반을 둔 프로젝트였다”고 말한다. 공연장을 매개로 일어나는 모든 활동을 주민 생활과 직결, 다가가기 어려운 시설이 아닌 주민을 위한 학교나 트레이닝 센터 역할을 담당하게 한 것이다.
자체 육성한 음악 교사들이 주변 학교에서 합창을 지도하게 하고, 지역 노인들을 위한 오페라 교실과 청소년 대상 무료 음악 교육도 실시했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공연장 조성 후 일자리는 4만여개가 늘어났고 대학 졸업생 정착률도 영국 최고 수준인 46퍼센트에 이를 정도로 큰 성과를 거두었다. 2002년 건립된 발틱 현대미술관도 유사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독특한 현대미술 작품을 전시, 도시의 이미지를 ‘아트 팩토리’로 바꾸는데 기여하는 한편, 상시 교육 프로그램과 주민참여 미술작업을 운영해 지역의 교육 역할을 분담하고 있는 것이다.
공연장, 미술관과 같은 고급 문화시설이 주민 생활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사례는 소수이다. 게이츠헤드는 건물 조성 전부터 ‘사람’을 기반에 두고 도시재생을 진행했기 때문에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물리적 환경만을 개선해서 신속한 재생 효과만을 기대할 것이 아니라, 그 저변에 있는 주민 생활에 대한 기여도나 도시의 미래 성장 동력에 대한 우선적 고민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되새겨 본다.

박강아-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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