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동윤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서커스단이 있다. 1925년에 창단한 동춘서커스단이다. 한때는 공연이 끝나고 수입으로 공터를 살 정도였단다. 그러나 2009년 폐업을 했고, 이후 정부 지원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성인 1인의 입장료는 1만원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서커스단은 1984년에 창단한 태양의 서커스단이다. 미국의 라스베가스에 있는 상설공연장의 하루 티켓 수입은 10억원이 넘는다. 약 4천명의 단원이 있으며, 연 매출액은 1조원이다. 현재 한국에서 공연 중인데 VIP석 가격은 16만원이다.
태양의 서커스단의 성장 과정을 보면,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은 정부지원이다. 태양의 서커스단 창단 당시 캐나다 정부는 서커스를 국가 브랜드로 만들고자 대대적인 지원을 했다. 여기까지는 한국의 창업지원과 유사하다.
그러나 태양의 서커스는 3년 후 수익을 내기 시작하면서 정부지원을 더 이상 받지 않았다. 그리고 서커스 장치와 소재 개발에 수익의 대부분을 투자했다. 동춘서커스단은 정부가 3년만 지원해 준다면 세계적인 서커스단을 만들겠다고 한다. 왠지 공허하기까지 하다.

서커스에 예술 접목 세계시장 진출

태양의 서커스단은 글로벌화를 통해 성장했다. 캐나다 국민이 아무리 서커스를 좋아 한다 해도 연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들의 서커스는 우리가 아는 서커스가 아니다.
서커스는 기예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통념을 깼다. 거기에 예술을 접목했다. 관객들은 눈으로는 기예를 즐기면서 머리로는 이야기를 읽었다. 태양의 서커스는 세계 어느 나라 관객들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서커스를 만들었다. 마이클 잭슨이 서커스 주제로 등장하기도 한다.
우리는 우리의 것이 가장 글로벌적이라는 모순된 사고를 가지고 있다. 글로벌화에 대한 경험이 없던 시절에나 통했을 얘기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춘향전과 로미오와 줄리엣을 비교하면 쉽게 알 수 있다. 임권택 감독이 만든 춘향전(2000년)의 해외수입은 80만 달러에 그쳤다. 그러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한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1996년)의 해외수입은 1천만 달러였다. 춘향전의 하이라이트는 ‘암행어사 출두요’이다. 우리나라 사람 빼고 암행어사 출두가 갖는 사회적 의미와 가치를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글로벌화, 정부지원 탈피 스스로해야

또한, 장동건 주연의 영화인 친구는 당시 우리나라 흥행 신기록을 달성했지만, 대만에서는 상영 3일 만에 막을 내렸다. ‘고마해라, 마이 무것다 아이가’를 중국어로 번역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을 거다.
글로벌화는 정부의 지원에 의존하지 말고, 기업 스스로 해야 한다. 마치 태양의 서커스가 했던 것처럼 말이다. 시장은 세상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변한다. 글로벌 시장의 변화 속도는 더 빠르고, 폭은 다양하다.
그보다 훨씬 느린 속도로 움직이는 것이 국회의원들이고, 그보다 더 느린 속도로 움직이는 것이 국회의원들이 만드는 법(정책)이다. 글로벌 시장이 이렇게 빠르게 변하는데 정책에 의존해서 글로벌화를 하겠다는 순진한 발상은 버려야 한다. 정책에 의해 글로벌화를 실현했다 해도 글로벌 시장은 벌써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
태양의 서커스를 창단한 사람은 길거리 저글러 출신인 기 랄리베르테이다. 묘기를 보여주고 동전 몇 푼으로 살던 그 청년이 지금은 세계 500대 부자에 포함돼 있으며, 삼성의 이건희 회장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부자이다.
태양의 서커스단 홈페이지를 가보면, 1984년 당시 공연 모습을 보여주는 흑백사진이 몇 장 있다. 마치 동춘서커스단의 옛날 사진 같다. 연매출 1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이들의 시작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제 시작이다.

오동윤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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