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장준 (전)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언제부터인가 대기업은 성장을 잘 하는데 그것이 우리 경제성장과 직결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대기업의 성장은 곧바로 국내 경제성장으로 연결돼 중소기업이 좋아지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선순환이 이뤄졌다.
그런데 이런 선순환 현상이 사라지면서 대기업 성장과 국내 경제성장의 연결고리가 약화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심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결과 대기업은 사상최대의 매출을 기록하며 성장을 함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은 어려워지고, 고용창출은 잘 되지 않아 청년실업은 늘어가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큰 요인은 대기업의 생산이 시간이 갈수록 해외에서 이뤄지는 비중이 점점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 결과 대기업은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고용을 더 늘리고, 국내 중소기업의 부품을 쓰기 보다는 해외에서의 부품조달을 늘리고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국내 고용과 중소기업 성장의 축소로 이어진다.

고비용 구조로 생산시설 해외이전
그런데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만 겪는 현상은 아니고 이미 미국, 유럽 등의 선진국에서 겪었던 현상이다. 그 결과 이들 나라에서는 제조업이 급격히 축소되고 높은 실업이 고착화되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는 이들 선진국이 겪었던 이 현상을 보고도 피하지 못하고 답습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이 현상은 해외에서 생산되는 비중이 점점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기업들은 왜 해외생산 비중을 점점 늘릴까. 해외시장 선점과 같은 이유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생산비보다 해외 생산비가 싸기 때문이다. 극심한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생산비가 싼 해외에서 생산해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대기업이 취할 당연한 전략임이 분명하다.
국내 생산비를 줄여 해외생산 비중 증가를 억제할 수만 있으면 대기업의 성장이 국내성장으로 연결되고, 이는 다시 중소기업의 성장과 국내고용의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인데…

인건비·부동산가격 완화 필요
필자가 보기에는 우리나라의 생산요소 비용 가운데 해외와 비교할 때 특별히 주목해야 하는 것은 인건비와 부동산 가격이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재료비 등은 상품의 국제이동이 자유롭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그 가격이 비슷하므로 생산비 경쟁력을 크게 좌우하지는 못한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인건비는 우리나라 소득수준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한다. 또한 우리나라의 부동산 가격은 과도하게 높다. 높은 인건비와 높은 부동산 가격으로 인력채용과 국내 공장건설이 부담이 된다.
대기업들이 해외생산 비중을 늘리는 주요한 이유는 높은 인건비와 높은 부동산 가격에서 오는 높은 생산비를 회피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우리의 주요시장과 FTA가 체결돼 있거나 체결과정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 비용이 낮아지면 대기업들이 굳이 해외생산 비중을 늘릴 이유는 크게 줄어들 것이다.
따라서 대기업의 성장이 국내성장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대기업의 높은 인건비와 높은 부동산 가격을 억제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는 인건비 억제에 적극성을 보이는 것 같지는 않다.
부동산의 경우에는 오히려 부동산 가격을 부추기는 정책을 강구하고 있다. 우리는 선진국의 제조업 약화, 그로 인한 높은 실업의 고착화로부터 아직 교훈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씁쓸한 생각을 금할 길 없다.

송장준 (전)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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