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이사회 즉 Federal Reserve Board의 의장, 즉 미국의 중앙은행장은 경제분야에서 대통령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가진 자리이다.
지금 FRB 의장을 맡고 있는 벤 버냉키는 2006년 취임했고 2014년 1월에는 두 번째 임기를 마치게 된다. 전임자인 앨런 그린스펀은 ‘경제의 마에스트로’라는 극찬을 받으며 1987년부터 2006년까지 무려 18년 동안 의장으로 재임했으니까, 버냉키 의장이 세 번째 임기를 맡더라도 크게 이상할 것은 없다. 하지만 저명한 경제학자로서 프린스턴 대학의 교수를 역임한 버냉키 의장은 연임에 뜻이 없는 듯하다.
버냉키 의장은 임기의 대부분을 금융위기 대응책 마련으로 보냈다. 2008년 금융위기가 발발한 이후 미국 역사상 유례가 없는 제로금리 정책을 시작했고 단기 정책금리를 제로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규모 이상으로 통화량 공급을 확대하는 정책, 즉 양적완화정책 등을 시행했다.
따라서 미국은 지금까지 추진해 온 양적완화정책을 어떻게 조절할지에 대한 고민도 점점 커지고 있어서, 누가 현 버냉키 의장의 후임자가 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FRB 의장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대통령의 선택에는 당파, 대통령과의 관계, 시장의 신임 등이 중요한 조건이다. 이 조건들을 만족하는 인물로 자넷 옐런 현 FRB 부의장이 가장 유력하다. 브라운대학을 졸업하고 예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옐런 부의장은 하버드와 런던정경대, UC 버클리 등에서 교수를 역임했고 클린턴 정부에서 대통령경제자문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옐런 부의장은 케인즈주의자로 고용을 중시하여 실업률은 낮추기 위한 금융완화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따라서 옐런이 최초의 여성 FRB 의장이 된다면 통화정책 기조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도 유력한 후보이다. 하버드대 총장을 역임한 서머스 교수는 클린턴 정부에서 재무부장관을 지냈고, 오바마 정부에서는 국가경제회의 의장을 맡았다. 하버드대 총장 시절에는 여성차별적 발언으로 비판을 받다 결국 사임하기도 했는데, 강한 개성 때문에 상원의 인준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오바마 1기 내각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티모시 가이트너도 대통령의 신임을 배경으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뉴욕 연방은행 총재를 지낸 경력도 도움이 되긴 하는데, 정작 본인은 FRB 의장에 관심이 없다고 한다. 그 밖에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 밑에서 부의장의 지냈고 그린스펀이 자신의 후임 의장을 추천하기도 한 로저 퍼거슨도 주목받고 있는데, 특히 흑인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고려가 있을 수도 있다.
특이하게는 귀화한 미국인으로서 현재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로 있는 스탠리 피셔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피셔 총재는 현 FRB 의장인 버냉키와 하버드대 교수인 맨큐의 스승이기도 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8월이나 9월 즈음에 차기 FRB 의장을 지명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세계경제가 아직 불안한 가운데 통화정책 변화, 장기적으로는 출구전략을 과제로 안고 있는 FRB의 수장이 누구로 결정되는가를 보면 미국의 정책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박현수(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