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다. 잠시 치열한 일상에서 벗어나서 자기 자신을 추스르고 뒤돌아 볼 수 있는 기회인데, 좋은 책을 골라 읽는 것도 이 시간을 보람되게 보내는 방법의 하나가 될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 2004년부터 매년 국내 CEO들의 독서습관과 추천 도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CEO가 휴가 때 읽으면 좋을 책들을 추천해 오고 있다.
2013년 추천도서 선정 결과, 경제·경영 부문에서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인한 기업, 사회의 변화 및 리더의 역량에 관한 도서가, 인문·교양 부문에서는 생각의 오류 방지, 좋은 습관 형성 등 자기계발 및 역사, 문화 관련 도서가 선정됐다.
예컨대 경제·경영분야 선정도서 중 『관찰의 힘』은 글로벌 디자인기업 프로그(Frog)의 책임연구원인 저자 얀 칩체이스가 10년 넘게 세계 곳곳을 누비며 관찰하고 분석한 결과물과 구체적 노하우를 집약한 결과물로서, 제대로 된 관찰을 위해서는 현장에서 이뤄지는 탐험가적 경험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두 번째로, ‘일본전산이야기’의 저자 김성호의 신작인 『답을 내는 조직』은 위기를 극복한 기업의 공통점이 ‘될 때까지 답을 찾는 정신’이라고 주장하면서, 기업이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능력이 뛰어난 인재보다 해법을 찾으려는 치열함을 갖춘 인재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신시아 몽고메리 교수가 쓴 『당신은 전략가입니까』는 저자가 전 세계 기업의 리더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최고경영자 과정의 전략강의를 책으로 소개한 것인데, 전략이 무엇인가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어떻게 전략가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지혜를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상황에 대한 객관적 파악을 뒷전으로 한 채 모든 역경을 극복할 수 있다는 ‘슈퍼 경영자의 신화’를 비판하면서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구별하는 지혜가 필요함을 지적하고 있다.
또, ‘롱테일’, ‘공짜 경제학’이라는 개념을 주창하고 전파함으로써 유명세를 탄 크리스 앤더슨의 신작 『메이커스』라는 책도 선정이 됐다. 크리스 앤더슨은 미국의 유명한 IT 잡지인 와이어드지 편집장을 12년간 역임했던 사람인데, 이 책에서 저자는 기술의 발전과 제조 활동의 대중화로 메이커 혁명, 즉 제조자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컨대 3D 프린터 등을 이용해 아이디어를 바로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메이커들이 급증하고 있음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미래의 산업지형 변화에 대한 새로운 통찰 중 하나로, 주목할 만한 주장이라고 생각된다.
한편, 인문·교양 분야의 『스마트한 생각들』은 스스로 경영인이면서 작가인 저자 롤프 도벨리가 시스템적 합리성과 이성적 사고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는 책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이 스마트한 판단을 지향할수록 빠지기 쉬운 52개의 대표적 사고 오류를 다양한 사례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습관의 생성원리와 영향력, 위험성 등을 해부한 찰스 두히그의 『습관의 힘』은 주로 개인의 건강, 성공을 위한 습관 조절에 포커스를 맞춘 기존 책과 달리 분석대상을 기업과 사회로 확장해 습관의 의미를 재조명하고 있는 책이다.
마지막으로, UCLA 교수인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어제까지의 세계』는 ‘총, 균, 쇠’라는 전작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저자가 50년간의 문화인류학 연구 및 평생에 걸친 현장탐구 결과를 집대성한 책이다. 남태평양 뉴기니, 아마존, 알래스카 등 39개 전통사회 원주민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체득한 생각과 생활방식을 현대인과 비교하면서 이러한 전통사회로부터 현대의 인류가 더 나은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음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 책은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의 추천 수가 가장 많았던 책이기도 하다. 다소 두껍기는 하지만 여러 주제별로 모듈화되어 있기 때문에 관심 있는 주제부터 골라서 읽는 것도 거부감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앞서 소개한 전혀 이질적인 다양한 분야의 양서를 접하면서, 기업경영에 접목할 만한 부분은 없는지, 내 삶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부분은 어디인지에 관한 아이디어를 구해보는 것은 여름 휴가와 같은 특별한 시기에만 누려볼 수 있는 사치가 아닌가 생각된다.

강한수(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