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용호 (경북대학교 명예교수, (사)산학연구원 이사장)

세계 자동차산업의 메카, 미국 중서부의 파리로 불리던 디트로이트 시가 파산신청을 했다는 소식은 매우 충격적이다.
개인이나 기업의 파산은 자주 들어봤지만, 도시의 파산은 다소 생소하게 들린다. 그러나 도시경영 내지 지역경영의 부실사례가 늘어나는 추세에 비춰 지방정부의 파산은 앞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도 그 예외가 아니다.
글로벌 차원에서 치열한 지역경쟁이 전개되고 있는 지금 지역재정의 건전성이 극도로 악화되면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다. 미국에서는 1950년대 이후 파산을 신청한 지자체는 61곳이나 되는데, 디트로이트의 부채규모(180억달러)가 역대 최대로 기록됐다.
지역재정의 건전성은 쉽게 소득/지출로 계산할 수 있다. 지출이 일정하거나 그 증가율이 낮고, 소득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 건전도가 높아지게 마련이다. 그 반대일 때가 문제다.
디트로이트의 경우는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약화와 해외이전, 대량해고, 중산층의 교외이전 등으로 소득(성장)의 증가가 지지부진했다. 다시 말해 세수가 크게 감소했다. 이에 비해 강성 노조에 의한 임금과 연금의 높은 인상, 복지비용의 증대로 지출의 증가속도가 구조적으로 빨랐다.

자동차산업 경쟁력 약화가 원인
이 때문에 1980년에 200만명에 육박하던 인구가 현재 70만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실업률은 16%, 빈곤율은 36%, 미국 제일의 범죄도시라는 불명예가 디트로이트 시에는 붙어 다닌다.
디트로이트의 파산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경고 메시지는 어떤 것인가. 첫째로 영원히 발전하는 지역, 영원히 성장하는 산업은 없다는 점이다.
영국의 산업혁명을 선도했던 쉐필드도 쇠락했고, 국내의 잘나가던 주요 도시들도 재정위기를 맞고 있다. 그 시대를 사는 지역의 경제주체들이 혜안과 장기 비전을 갖고 지역발전의지를 불태우는가에 지역의 운명이 좌우된다.
둘째로 산업구조가 특정 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지역은 위험도가 높다. 성장기에는 일취월장의 기세로 뻗어나지만, 성숙기를 지나 대체산업을 마련해두지 않은 지역경제는 급전직하로 추락할 수 있다.

중소기업이 지역리더로 나서야
중소기업의 경우에도 단일 품목에 특화하더라도 꾸준한 기술개발에 의해 품질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한편, 시대 트렌드에 맞는 새로운 품목 개발에도 길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셋째로 지역의 번영을 위해서는 지역민 전체가 친기업적 마인드를 갖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일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외래기업은 유리한 여건이 있는 곳으로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창업이 수월하고 외지기업도 투자하고 싶으며, 살고 싶은 곳을 만드는 것이 지역발전의 요체가 된다. 강성 노조, 반기업(反企業)정서가 지배하는 곳은 모든 기업이 기피하는 지역이다.
넷째로 지역주민의 의식수준을 고양시키고 복지수요를 어느 정도 자제시킬 수 있는 리더십이 요청된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는데, 한꺼번에 분출할 때가 위험하다. 그 지역의 지속적인 경제발전과 함께 발전단계에 맞는 복지시스템의 구축과 관리가 요구된다.
지역사회의 대단히 중요한 법인시민인 중소기업들은 그 지역의 현안과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지역리더로서의 소임도 충실히 해주길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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