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빌 게이츠’ 무에서 유를 창조하다
‘인도의 빌 게이츠’이자 ‘IT업계의 간디’로 불리는 사람이 있다. 바로 나라야나 무르티이다.
그는 1981년 부인에게 빌린 단돈 250달러로 회사를 창업했다. 3평짜리 사무실에서 6명의 동료들과 함께 시작한 이 회사가 바로, 이제는 7조9000억원(약 71억달러)의 매출에, 종업원이 15만명이나 되는 인도 최고의 기업, 인포시스이다. 그렇다면 무르티는 누구인가?
“나는 철저한 시장주의자, 자본주의자이지만, 온정적인 자본주의자다.”
무르티는 젊은 시절, 열렬한 사회주의자였다. 1960년대 당시 많은 인도 젊은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인도의 국부, 네루 수상의 사회주의에 지대한 영향을 받았고, 계획경제와 부의 분배를 통해 인도가 당면하고 있던 빈곤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는 인도공과대학을 졸업한 후 프랑스 등 유럽에서 10여년을 보내며 공산주의 국가들의 실상을 알게 됐고, 인도의 빈곤문제를 해결하려면 ‘부의 재분배’가 아니라 ‘부의 증진과 창출’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는 사회주의 운동 대신 기업을 운영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가 인포시스의 CEO로 재직하는 동안, 인포시스는 1999년 인도기업 최초로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고, 2000년에는 인도 최초로 스톡옵션을 직원들에게 나눠줘 수백명의 백만장자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기업의 성공이란 단순히 돈만 버는 것이 아니라 고객과 주주 그리고 종업원을 위해 얼마나 많은 부(富)를 만들어 내느냐에 달려있다.”
무르티는 창업 시절부터 ‘존경받는 기업’이 돼야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러한 철학은 1998년 인포시스의 핵심가치인 C-LIFE(Customer Delight, Leadership by Example, Fairness, and Pursuit of Excellence)로 정립된다. 무르티는 경영자나 관리자들이 인포시스의 핵심가치 실천에 모범을 보여야한다고 강조해왔고, 인포시스에서는 핵심가치 위반에 대해 ‘무관용원칙(No Tolerance Policy)’을 적용하고 있다.
“기업의 지상과제는 성장이고, 성장을 위해선 글로벌 시장공략이 필수적이며, 그 출발점은 글로벌 인재다.”
인재를 중시하는 인포시스는 사원복지에서도 인도 최고로 정평이 나 있다. 인포시스의 벵갈루루 본사 캠퍼스는 5성급 호텔의 조경과 시설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라고 한다. 그만큼 사원들 복지에 신경쓰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인포시스의 이직률은 인도 IT기업의 연평균 이직률인 25%보다 훨씬 낮은 15%에 불과하다.
 “배는 항구에 있으면 가장 안전하다. 하지만 그곳은 배가 있어야 할 곳은 아니다. 배는 긴 항해를 통해 비바람을 이겨내고 목적지로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위험을 예측하고, 그 위험을 이겨낼 대담한 행동이 필요하다.”
이 말은 무르티 회장이 지난 2011년 인포시스를 떠날 때 직원들에게 남긴 말이다. 그는 2013년 6월, 위기에 처한 인포시스를 구하기 위해 돌아왔다. 무르티가 물러난 이후 인포시스의 주가는 15%나 떨어졌고, 금융계에서 잔뼈가 굵었다는 쿤다푸르 바만 카마트가 회장직에 올랐지만 시장의 반응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5년 임기 동안 새로 계약한 그의 연봉은 단돈 1루피라고 하는데, 그의 멋진 항해를 기대해 본다.

엄동욱(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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