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라는 마법이 일본인들의 소비욕구를 자극한 2013년 상반기, 일본의 소비트렌드가 크게 바뀌었다. 일본의 경영지 ‘닛케이 트렌디’가 선정한 2013년 상반기 히트상품을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살펴보자.
키워드 ① 아베노믹스 : 그동안 일본경제를 짓눌러 온 엔고가 시정되며 침체돼 있던 일본 내수시장에 활기가 돌고 있는데, 히트상품 순위 1위를 차지한 ‘아베노믹스 소비’는 이 같은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아베노믹스 소비’란 고가의 사치품부터 프리미엄 일용소비재에 이르기까지 경기호황에 따른 고급소비를 두루 가리키는 용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2013년 4월, 전년 동기 대비 일본 내 수입차 판매대수는 35%, 다카시마야 백화점의 고가시계 매출은 51% 상승했고, 한 여행사의 크루즈 상품 예약건수는 무려 일곱 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입욕제나 맥주 그리고 안약 같은 일상소비용품 중에서도 프리미엄 상품이 호황을 누렸다.
히트상품 4위를 차지한 입시학원 강사 ‘하야시 오사무’씨 역시 ‘아베노믹스 소비’의 연장선에서 바라볼 수 있다. 하야시 오사무씨는 입시학원 광고에 처음 등장한 뒤, 도요타자동차의 광고에서 “언제 사야할까? 바로 지금!”이라는 슬로건을 유행시키며 다양한 업계의 소비를 환기시키는 상징이 됐다.
키워드 ② 태블릿PC와 스마트폰 열풍 : 일본 총무성의 2013년 정보통신백서에 따르면, 일본의 태블릿PC와 스마트폰 보급률은 각각 12%, 38% 수준까지 올라섰다고 한다.
3위를 차지한 ‘넥서스 세븐’과 ‘iPad mini’는 태블릿 보급의 기폭제가 된 제품들로, 두 제품의 점유율만 전체 시장의 60%에 육박한다고 한다. 두 제품 외에도, 아마존의 ‘킨들 파이어’ 역시 인기를 끌었다.
8위를 차지한 ‘블루투스 기기’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시장이 확대되며 판매가 증가한 경우인데, 특히 블루투스 스피커가 인기였다. 2위를 차지한 게임 어플리케이션 ‘퍼즐 앤 드래곤(パズル&ドラゴン)’도 스마트폰 보급 확대에 발 빠르게 대응한 덕분에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다. 2012년 2월 서비스를 시작한 ’퍼즐 앤 드래곤‘은 2013년 7월 초 다운로드 수 1600만건을 돌파해 일본인 여덟명 중 한명이 즐기는 게임이 됐고 이용자수는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키워드 ③ 발상의 전환 : 5위를 차지한 필립스의 ‘논프라이어(Nonfryer)’는 튀김요리는 기름으로 한다는 상식을 타파한 제품이다. ‘논프라이어’는 기름을 사용하지 않고 튀김요리를 만들어주는 기구인데, 지금 주문하면 2개월 후에나 제품 수령이 가능할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7위 ‘편의점 커피’ 역시 ‘발상의 전환’이 돋보이는 히트상품이다. 저렴하고 간편한 장점이 부각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일본 세븐일레븐의 누계 판매 수는 6500만잔으로 예상치보다 1.5배나 높은 수준으로, 점포당 하루 85잔의 커피가 팔리는 셈이라고 한다. 커피라는 상품 자체가 중독성이 높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점포에 방문하는 고정고객의 증가가 기대되는데, 과자나 디저트 같은, 커피와 관련성이 높은 제품의 매출도 함께 증가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13년 상반기 일본 시장 최고의 승리자는 아베노믹스 기대감에 기인한 ‘고가의 고급소비재’라고 할 수 있다. 일본판 관제(官製)호황이 하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하반기 일본의 히트상품에도 관심을 기울여지는 대목이다.

박준신(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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