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 동 길(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기승을 부리던 더위도 계절의 변화에 한풀 꺾였다. 얼어붙은 경제는 계절이 바뀌고 시간이 흘러도 풀릴 기미가 없다. 
우리의 당면과제는 복지확대인가, 야권에서 외치는 민주주의 회복인가. 무엇보다 급한 게 경제성장이고 일자리창출인데 헷갈리는 주장만 난무하고 정치권은 경제에 오히려 부담을 주는 문제를 붙들고 씨름을 한다.
복지를 확대하려면 증세(增稅)는 불가피하다. 재원마련이 어려우면 복지공약의 조정은 당연하다. 복지공약은 성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돈 마련할 길이 없는데도 복지공약을 그대로 두겠다면 무엇을 어쩌자는 것인가. 세제개편안을 어떻게 수정하더라도 복지공약을 그대로 둔다면 재원은 모자라게 돼 있다.
증세논란이 불거진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시절 ‘증세 없는 복지’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전은 누가 더 많은 복지를 베푸느냐의 경쟁이나 다름없었다. 박근혜 후보가 내세운 공약 달성 필요재원은 135조원이었지만 문재인 후보는 192조원을 내세웠다.
이번 세제개편안을 세금폭탄이라고 한 민주당이 집권했다면 어떻게 돈을 마련한다고 했을까. 세금 더 걷자는 걸 반기는 국민은 없다. 증세 또는 복지공약을 조정하려면 국민에게 진실을 말해야 한다. 국민의 공감대 형성을 위해 정성을 쏟아야 한다. 불요불급한 정부지출도 손보고 낭비도 줄여야 한다.

소득수준에 걸맞게 세금 납부해야
누구에게 더 많은 세금을 매길 것인가. 부자와 대기업에서 세금을 더 많이 거두면 될 것인가. 상위 1% 대기업이 법인세의 86%를, 근로소득세는 상위 20%가 85%를 내고 있다. 근로소득자와 자영업자의 40%는 세금을 한 푼도 안 낸다.
법인세율 인상은 기업의 해외이전과 국내투자 부진, 외국인 직접투자 감소 등으로 이어진다. 이는 일자리 감소와 세원위축을 가져오고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린다.
부자가 세금을 많이 내는 건 당연하지만 국민 모두가 소득수준에 걸맞은 세금을 몇 푼이라도 내는 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 그게 건강한 사회다.
상반기 세금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조원이나 덜 걷혔다. 저조한 경제실적 때문이다. 성장률이 1%포인트 높아지면 세수는 2조원 늘어난다는 게 조세연구원의 분석이다. 세금을 거두는 확실한 길은 경제성장에 있다.
 
복지 확대는 中企 살리기로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대기업의 부 창출 능력을 그대로 살리면서 중소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방법을 찾는 게 우리의 숙제다.
중소기업은 일자리 창출의 보고다. 상속세 때문에 재투자를 망설이거나 폐업 또는 경영권을 잃는 중소기업경영자가 생긴다. 오래 전부터 제기돼온 가업승계 중소기업의 상속세 폐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라. 독일의 예에서 보듯이 일정기간 고용을 유지하는 조건을 붙여 상속세 징수를 유예하면 된다.
가업승계 중소기업의 상속세 폐지는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경영의 대물림이다. 증세 필요성과 상속세 폐지 주장은 모순인가. 그렇지 않다. 중소기업이 성장을 지속하고 일정기간 고용을 유지한다면 법인세·근로소득세·부가가치세는 지속·반복적으로 징수할 수 있어 상속세 감면금액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일선교사들의 절대다수가 시기상조라고 하는 고교무상교육 문제도 한번 생각해보자. 책걸상이 망가져도 고칠 수 없는 등 교육현장의 현실을 직시하라며 급한 건 공교육 살리기라고 주장한다. 고교무상교육을 하려면 그 대상을 실업고에 한정하라.
취업난인데도 중소기업에는 일손이 모자란다. 이런 현실을 그대로 둔 채 일자리 창출을 말하지 말라. 실업고와 전문대의 교육과 직업을 연계시켜 산업인력을 양성하는 제도를 정착시켜라.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는 일은 아무리 서둘러도 늦다.

류 동 길(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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