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판결·정부지침 ‘엇박자’
통상임금 문제는 지난해 3월 대법원이 대구 시외버스 회사인 금아리무진 근로자들이 낸 소송에서 분기별로 지급한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최초로 판시하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당시 대법원은 금아리무진 근로자 19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에서 “근속연수 증가에 따라 미리 정해놓은 각 비율을 적용해 주는 상여금은 분기별로 지급되긴 하지만 그 금액이 확정된 것으로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고정임금인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원심 판단을 깨고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내려보냈다.
이는 “정기상여금 근속수당 등 근로시간과 관계없는 생활보조적·복리후생적 급여는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통상임금 산정 지침)을 뒤집은 것이다.
이를 계기로 비슷한 집단소송이 이어지고 있지만 사건마다 판단이 엇갈리고 개별 사업장에만 효력이 미치는 탓에 혼란이 가중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아리무진 근로자들이 낸 소송 역시 대법원이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내 판결이 확정되지는 않았다.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확인한 전국 법원의 통상임금 소송은 대법원에 12건 등 60여건에 이른다. 대법원에서 미처 파악되지 못한 소송 건을 합하면 100건이 넘을 것이라는 추산도 나온다.
한편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오는 9월 5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2건의 통상임금 관련 소송의 공개변론을 개최한다고 최근 밝힌바 있다. 대법원은 최근 통상임금 관련 문제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어 분쟁의 공정하고 투명한 해결을 위해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대상 사건은 갑을오토텍주식회사가 피고이고 이 회사 직원들이 원고인 사건 2건이다. 1건은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해당 여부가, 다른 1건은 여름휴가비, 김장보너스, 개인연금지원금 등 복리후생비의 통상임금 해당 여부가 쟁점이다. 이들 사건은 원심에서 원고 승소와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내려진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무엇보다도 법 규정 정비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고용정책의 혼란을 우려하고 있다.
조영길 I&S법무법인 대표변호사는 근로기준법이나 시행령에 통상임금의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아 문제가 생겼다며 법 규정 정비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상여금과 같이 1개월을 넘어 지급된 금품이 통상임금에서 제외되도록 근로기준법 시행령을 조속히 개정해 미래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국회는 노사의 자율적 합의에 의한 임금지급의 유효성을 인정하는 법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지난해 대법원 판결을 적용할 경우 기업은 과거 3년치 미지급분을 지급해야 할 뿐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내부유보금이 적고 재정상황이 좋지 않은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은 존속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준성 성신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금 추세처럼 통상임금의 범위가 넓어지게 되면 임금연공성이 더욱 심해져 고령층의 조기퇴직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정부의 지침과 상반된 판례로 현장 근로감독의 혼란과 노사 간 갈등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일본은 지급주기가 1개월을 초과하는 임금은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고 통상임금에서 제외할 임금항목을 명시적으로 규정해 혼란을 미연에 방지하고 있다”며 “우리도 조속히 법령을 정비해서 시장의 혼란을 수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또 일본처럼 지급주기가 3개월을 초과하는 임금은 평균임금에서 제외해 경기변동적, 성과연동적 상여금을 활성화하는 등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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