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해봉(에코프론티어 대표)

환경경영 전문컨설팅업체인 에코프론티어의 업무 강도는 센 편이다. 일의 특성상 석·박사급 인력이 대거 포진해 있다. 정해봉 대표는 말한다.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고강도의 몰입을 필요로 하는 지식서비스 업무입니다. 때문에 직원들이 고3 학생들처럼 열심히 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고3들을 못살게 군다. 회사에선 종이컵을 쓸 수 없게 못 박았다. 100여명의 임직원이 개인용 머그잔을 들고 다닌다. 사내카페에서 커피를 한잔할 때도 마찬가지다. 점심시간에는 컴퓨터와 사무실 전등을 반드시 꺼야 한다. 정부가 정한 적정 냉난방 온도를 준수하는지 체크한다. 정해봉 대표는 말한다. “행복한 일터를 만드는 것을 항상 최우선 과제로 여깁니다.” 정 대표는 가뜩이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고3들에게 무슨 짓을 하는 걸까.

“저희 회사 업무 강도 진짜 셉니다.” 익명의 직원이 슬쩍 제보한다. 그런데 내부고발자의 얼굴은 마냥 신나는 표정이다. 퇴근 시간인데 바이올린 가방을 들고 다른 사무실로 줄행랑을 친다. 에코프론티어의 직원 10여명이 합주연습을 하는 장소다. 직원은 말한다. “한 달에 2번 외부 강사님이 직접 오셔서 가르쳐 줘요. 다들 초보수준이지만 클래식음악에 대한 애정만큼 프로입니다.” 그는 에코프론티어의 동호회 중에 한 곳인 에코앙상블 회원이다.
정해봉 대표는 설명한다. “무엇보다 소통이 중요합니다. 고학력자가 많다보니 개인 플레이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단합과 공유가 절실했죠. 동호회 활동 지원 등 문화경영을 추진하면서 임직원간에 서로 소통하는 시간을 많이 늘렸습니다.” 사진동호회 애카클의 회장을 맡고 있는 홍민호 선임컨설턴트는 “아무리 바빠도 2주에 1번은 만나서 사진도 찍고 사진전도 관람한다”며 동호회 활동의 애정을 과시했다.
에코프론티어에는 7개의 동호회가 운영되고 있다. 활동 인원은 전체 직원의 70%에 달한다. 폴루션이란 밴드 동호회도 인기가 많고, 동그라미라는 구기종목 동호회도 성황이다. 7개의 동호회는 에코프론티어의 7기통 엔진 역할을 한다.
정 대표는 2009년부터 문화경영을 본격화하기 위해 커뮤니케이션팀을 신설했다. 임직원들의 문화예술 활동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문화경영의 두 바퀴는 에코아카데미와 에코라이브러리 동호회다. 에코아카데미는 교육과 문화특강 프로그램을 주도한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들은 저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로 유명한 유홍준 교수나 미술작가 김유정 교수 등의 특강을 듣기도 하고 인디밴드 공연, 뮤지컬 갈라쇼, 마술쇼 등을 관람했다.
에코라이브러리는 말 그대로 천 권이 넘는 책이 비치된 도서관이다. 사장이나 임원이 쓰는 방보다 전망이 좋기로 유명한 장소다. 책 보다 풍경에 눈이 더 갈 정도다. 도서관 옆에는 사내카페가 자리 잡고 있다. 커피 한잔에 500원, 샌드위치가 천원이다. 직원들이 업무시간에 나와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휴식터다. 싱글 직원들이 출근하면 직행해 아침을 챙겨 먹기도 한다. 아카데미와 라이브러리가 들어선 에코프론티어는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학교를 연상케 한다.    
에코프론티어는 일하기 바쁜 직원들에게 특별한 시간을 선물한다. 회사에서 1년에 한번 특별 휴가를 허락하고 여행경비를 지원한다. 매달 금요일 중 한 번은 오전 근무만 한다. 정 대표는 강조한다. “직원들과 즐겁게 일하고 싶습니다.” 에코프론티어는 창립 이래 회사 정책을 선임연구원과 연구원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에서 만들었다. 자연스레 회사 정책에서 복지제도가 강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게다가 정 대표는 이들 운영위원회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오주현 커뮤니케이션팀장은 말한다. “1, 2년 업무에 집중하다보면 초심을 잃기 쉽잖아요. 동아리 활동도 하고 봉사 활동도 다니며 직원들이 자신의 일을 지속가능하게 이어갈 수 있게 회사가 돕고 있어요.” 삼성과 현대차는 오너의 리더십과 비전으로 성장하지만, 에코프론티어는 직원들의 꿈으로 발전하는 회사다. 중소기업 오너가 자신의 권한을 내려놓고 직원의 말을 듣는 것도 쉽지 않은 모습이다. 갈수록 출근하기 싫게 만드는 빡빡한 직장 풍속도에서 에코프론티어는 자신만의 프론티어를 구축해 나간다. 아침 8시, 에코프론티어 직원들이 부러운 이유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