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나가는 줄 모르고 사게 된다’, ‘며느리 친정 간 사이 문 걸어 잠그고 먹는다’, ‘집 나간 며느리도 굽는 냄새 맡으면 집으로 돌아온다’, ‘이것 대가리엔 참깨가 서 말’….
전어 이야기다. 바야흐로 전어의 계절이다. 불볕 더위가 한풀 꺾이며 ‘가을의 전령사’ 전어가 고소함으로 우리네 입맛을 점령하고 있다. 남쪽에선 전어축제도 펼쳐진다. 전어는 벼가 익을 무렵 잡히는 것이 최상품이다. 전어(錢魚)는 소금에 절인 맛이 너무도 뛰어나 돈을 따지지 않고 사 먹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소금에 절인 전어는 오늘날 젓갈 정도로 해석된다.

청어목 청어과인 전어는 비린내가 없는 데다 단맛까지 뛰어나 회로 먹어도 좋고 통째로 바싹 구워 소금을 뿌려 먹어도 일품이다. 숯불이나 연탄불에 구우면 기름이 지글거리며 구수한 냄새가 멀리까지 퍼져, 그 맛을 본 사람은 오랫동안 잊지 못한다고 한다.
젓갈을 담가 먹어도 특유의 맛을 즐길 수 있다. 그 종류도 다양해 어린 새끼로 담근 젓은 엽삭젓·뒈미젓, 내장으로 담근 것은 아젓·전어속젓이라고 한다. 모래주머니 모양의 위만을 모아 담근 젓은 밤젓 또는 돔배젓이라고 부른다.
전어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는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성인병 예방 효과가 뛰어나다. 특히 뼈째 먹으면 칼슘, 비타민, 미네랄을 섭취할 수 있어 피로해소는 물론 피부미용에도 매우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일까 전어는 이미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생선으로 등극했다.
전어는 ‘하루살이 전어’로도 많이 불린다. 성질이 급하고 스트레스에 예민해 수족관에서 단 하루도 버티기 힘들기 때문이다. 어떤 놈은 그물에 걸려 올라오는 순간 죽기도 한다. 그 못된 성질 탓에 살아있는 생선을 좋아하는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이 가을만큼은 귀한 몸으로 대접받는다. 8∼9월 횟집 수족관은 온통 은빛 전어들 차지다. 봄, 여름 산란기를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지방 향유량이 다른 계절에 비해 3배 정도 많아 통실통실한 맛이 제격이기 때문이다.
우리 선조들도 전어를 꽤나 좋아했었나 보다. 조선시대 서책 여기저기서 전어에 대한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서유구는 <임원경제지>에 “전어는 기름이 많고 맛이 좋아 상인들이 염장하며 서울에서 파는데, 귀한 사람이나 천한 사람이나 모두 좋아해 사는 이가 돈을 생각하지 않아 전어(錢漁)라고 했다”고 썼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 “큰 놈은 한 자 정도로 몸이 높고 좁으며 검푸르다. 기름이 많고 달콤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전어는 오래전부터 1월 삼치, 2월 대구, 3월 도다리, 4월 방어, 5월 홍어, 6월 병어,  7·8월 민어와 더불어 가을을 대표하는 생선으로 온 국민의 사랑을 받아왔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전어는 예년보다 살이 많고 풍성해 가격 또한 저렴하게 형성됐다. 날씨 덕에 일찌감치 시작된 전어철. 제철 생선으로 맛과 건강 모두 챙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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