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게 모피를 입힌다’는 역발상으로  도전하라
아프리카개발은행, AfDB는 2013년 7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2005년에서 2012년까지 아프리카 국가의 3분의 1이 6% 이상의 경제성장을 이룩했다고 밝혔다. 아프리카의 중산층이 빠르게 증가하며 빈곤인구가 2005년 51%에서 2012년 39%로 급감했다는 설명이다. ‘기회의 땅’으로 부상 중인 아프리카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기업도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무려 54개 국가에서 사용하는 언어만 2000개가 넘는 거대한 대륙, 아프리카는 단순히 하나의 시장으로 취급하기엔 너무나 큰 다양성과 리스크가 존재한다. 하지만 역발상으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
◆트렌드, 읽지 말고 만들어라
흑인 여성은 대부분 머리카락이 얇고 가는 데다 탄력이 없어 쉽게 끊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붙임머리가 아주 인기 끌고 있다. 합성섬유로 만들어진 붙임머리로 아프리카 대부분의 국가에서 5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한 기업이 있다. 바로 일본의 화학품 제조업체, 카네카(Kaneka)이다.
지난 1983년, 일찍이 아프리카시장의 가능성에 주목한 카네카는 ‘카네카론(Kanekalon)’이란 브랜드를 출시해 아프리카 16개 나라 38곳의 협력공장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붙임머리의 종류만도 500개 가까이 되고, 색상 역시 40개 이상이라고 한다. 하지만 붙임머리에 대한 트렌드가 빠른 속도로 변화한다는 사실은 기업 입장에선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카네카는 이러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트렌드를 예측하는 대신, 상황을 역으로 이용해 기업 스스로 트렌드를 만들어가기로 했다.
이렇게 자신들이 제안한 트렌드를 아프리카 전역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카네카는 우선적으로 ‘아프리카 트렌드의 발신기지’라는 나이지리아를 집중 공략했다. 나이지리아에서 대대적인 TV광고를 진행하는 건 물론이고, 유명 여배우와 미용관계자들을 초청해 대규모 패션쇼를 개최하는 등 최신유행상품을 사기 위해 나이지리아에 모여든 각국의 업자들을 타겟으로 삼은 것이다. 이러한 노력 덕분인지 아프리카에서의 카네카론 판매량은 최근 10년 사이 여덟배나 증가했다.
◆잡은 물고기에게 먹이를 더 줘라
도요타는 지난 2012년 4월, 약 2억엔을 투자해 케냐에 중고차 매장을 열었다. 도요타가 해외에서 중고차 매장을 연 것은 최초이다. 사실 케냐는 이미 ‘도요타의 왕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시장점유율이 압도적이다. 이렇게 독점적인 지위를 완벽하게 구축한 도요타가 왜 중고차시장으로 눈을 돌린 걸까?
도요타가 중고차 비즈니스에 진출한 이유는 한마디로 아프리카시장의 특수성 때문이다. 먼저 신차의 수입가격을 살펴보면, 도요타는 케냐에서만 관세 20%에 물품세 25%, 부가가치세까지 16%나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당연히 신차의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모로코 같은 북아프리카에서는 이미 중국과 인도 등지의 저가차에 밀리는 경우가 생겨났다.
또한, 아프리카지역에는 주행거리와 수리이력 등을 조작해 유통시키는 중고차 브로커들이 많다는 사실 역시 도요타의 최근 행보에 영향을 미쳤다. 조악한 도요타 차량이 유입돼 도요타의 브랜드에 악영향을 끼치자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직접 중고차 비즈니스에 뛰어들기로 한 것이다. 중고차를 활용해 타사의 저가자동차 공세에 맞서는 동시에 신차 판매에도 활용하겠다는 스마트한 전략이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카네카의 경우, 직접 나이지리아 현지에 나가 붙임머리를 한 사람의 수를 일일이 세어가며 보급률을 조사했다. 다른 해외시장에선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기본적인 데이터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열악한 환경 속에서는 한발 더 뛰는 기업만이 승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황래국(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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